'교육감선생님'으로 인사나누기 지속
중학 의무급식 우리와 대전만 못해
시·의회와 논의후 연차적으로 실시
■교육 혁신은
혁신학교 인성교육 제대로 하는 것
사람·철학 갖췄지만 예산은 부족해
제도개선 효과, 각 학교 운영에 달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학생과 교직원 등 교육주체들의 제목소리를 찾아주는 것이 올 한해 시교육청의 역점 시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청소년 원탁토론에서 한 청소년이 '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다른 친구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 신기하고 뿌듯하다'고 했다. 또 다른 자리에서도 교장선생님 한 분이 '학교장이 직접 교육감에게 제안하고 대화를 나누어 본 것은 처음이다'라고 했다"며 "저의 교육행정 소신을 잘 정리해준 말씀이다. 이제는 교육감이나 교육청의 목소리가 아니라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의 목소리를 찾아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답을 구한다"는 그는 올해도 아침 저녁으로 일선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들을 만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취임이후 교육감은 줄곧 소통을 강조해 왔다. 일선 학교, 특히 학생들과의 소통은 어느 정도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올해 예산안에서 교육감의 핵심공약인 혁신학교와 중학교 무상급식 예산이 전액 또는 대폭 삭감되면서 시의회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소통은 일방적인 설득도, 여러 의견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도 아닐 것이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부터 투명한 평가를 받으며 다듬어 가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했다고 자평한다. 시의회가 일부 정책의 예산을 삭감해서 아쉽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인천시교육청이 추진한 정책들 중에서 이렇게 관심을 받으며 다양한 입장들이 개진된 적이 있었던가. 이러한 과정은 그 자체로 긍정적이다.
혁신학교를 예로 생각해보자. '혁신학교를 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가'를 넘어서 '학교는 지금 어떤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변화를 준비해야 할 것인가, 무엇이 혁신인가' 등등에 대한 질문을 교육청이 인천 교육계에 던진 것이다. 소통의 의제가 생긴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앞으로도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질문을 주고받게 될 것이다.
-혁신학교에 대해 시의회를 비롯해 내부 구성원들도 무리한 공약 밀어붙이기라는 의견이 있다.
교육감 공약을 서둘러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은 없다. 내 기준은 아이들의 삶이다. 아이들의 삶을 위해 준비한 혁신학교는 이미 어느 정도 영글어 있는 열매다. 인천의 선생님들 중에는 혁신학교를 꾸준히 준비해온 분들이 많다. 2015년에 10개 학교로만 시작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
지난해 9월에 26개 학교가 혁신학교 준비교에 응모했었다. 사람과 철학, 계획은 갖춰져 있다. 지금 부족한 것은 예산이다. 예산은 시의회가 지적한 '준비'의 필요조건이다. 시의회가 지적한 준비 부족이 혹여 혁신에 대한 공감 부족이라면 우리 교육청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혁신학교가 무엇인가. 여러 사람들이 오랫동안 지적해 온 우리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를 하나씩 바꿔 가는 것이다. '다음 중 정답을 고르시오'하는 시험 훈련 그만 하자는 것이다. 이제는 '다함께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아가시오'하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교과서와 좁은 교실뿐만 아니라 자연과 놀이 속에서 몸으로 배우고 느끼자는 것이다. 냉혹하게 벌주고 철저히 통제하는 생활지도가 효과적인지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학생들이 규칙을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책임지는 교육, 서로 공감하고 존중하는 인성교육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교육감-교육장-학교장으로 수직화하지 말고 학생과 교사에게 수평적인 권한과 자율성을 주자는 것이다. 이런 방향은 교육부가 편성한 교육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혁신학교는 교육부의 페이퍼에만 존재해 왔던 가치를 현실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모델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무슨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겠는가. 시의원님들께서 충분히 공감해 주리라 믿는다.
-중학교 무상급식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인지 궁금하다. 교육재정난 속에서 중학교 무상급식 확대 실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예산삭감 과정을 보면서 그동안 '교육혁신'과 '교육복지'는 인천 교육사회에서 소외돼 왔던 의제, 그래서 아직도 낯선 의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산은 삭감되었지만 이 의제들을 인천 지역사회에 화두로 던진 것 자체가 성과일 수 있다. 점차 공감을 얻어 갈 것이다.
중학교 1학년부터 일부 군구에서 시작하는 것에 대해 형평성을 지적하는데 전국적인 형평성은 왜 문제 삼지 않는가. 중학교 의무급식은 대전과 인천만 못하고 있다. 이미 검증된 정책이다. 인천시정부, 인천시의회와 좀 더 논의하고 협력해서 연차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교육감에 취임하신 뒤에 초등학교 일제형 지필고사 폐지, 학교평가제 폐지 등 학교현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를 두고 급격한 학교현장의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타 지역 진보교육감들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너무 느리고 폭도 좁은 것 아니냐는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다. 질문이 있는 교실, 존중과 협력 속의 배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는 선생님, 민주적인 학교운영이 방향이다. 교육청은 이 방향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초등 일제형 지필고사 개선은 다양한 수업방식이 가능하도록 관행을 바꾼 것이다.
일제형 객관식 문제로 아이들을 비교하는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토의 토론, 활동 중심 수업은 발붙이기 어렵다. 학교평가로 학교를 줄세우면 학교의 민주성, 자율성은 살아나기 어렵다.
교육청이 변화의 장애물을 걷어주고 조건을 마련하면 실제 수업방식을 바꾸고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교 운영은 학교 구성원들의 몫이다. 변화의 속도는 학교가 얼마나 자발성을 발휘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의 교육비전은 '모두가 행복한 인천교육' 구현이다. 모두가 행복한 인천교육을 위해 앞으로 인천교육계가 어떻게 변화돼야 하는지, 또 그 과정에서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들의 역할이 있다면.
첫째 '모두'의 의미는 '통합과 평등이 공교육의 기본 가치'라는 것이다. 학교가 서열화되고 계층별로 분리되고 있는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해 심각하게 성찰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소외없는 교육복지와 지역 교육격차 해소, 평준화 2.0 시대를 열어가자는 것이다.
둘째, '행복'의 의미는 '학교는 아이들이 삶을 즐기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이 즐겁고, 각자의 재능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키워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하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을 누릴 수 없다.
학부모님들께서 이런 가치를 공감 해주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는 내 아이가 좀 더 앞서 가는 것보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길 부탁드린다.
-취임 이후 매주 월요일 등교시간은 초등학교 정문, 금요일 밤이면 고3 교실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언제까지 지속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교육감의 예고없는 학교방문을 두고 불편해 하는 시각도 있다.
학교를 찾아가는 것은 시찰하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사를 나누기 위한 것이다. 저는 교육행정 책임자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교육자 아닌가. '교육감 선생님'이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들의 눈빛을 잊지 않기 위해 인사를 나누면서 한 주의 시작과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예고없이 가는 것은 과도한 의전 관행 때문이었다. 이제는 학교에서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김도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