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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등이 벌어졌던 프랑스에서 10일(현지시간) 총 2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가한 테러 규탄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사진은 마르세유에서 시민들이 테러 규탄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는 모습. 앞쪽에 "민주주의와 평등과 자유를 위하여"라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가 보인다. /AP=연합뉴스 |
이날 거리행진은 유럽 국가 지도자들과 더불어 세계 각국 대표들이 함께하고 다수 시민이 가세하면서 근래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했다.
맑은 날씨 속에 펼쳐진 행진에서 시민들은 너나 없이 '내가 샤를리'라며 반(反)테러 의지를 내비쳤다.
◇ 프랑스 대통령 "오늘은 파리가 세계의 수도"
행진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등 세계 34개국 정상들이 참가했다.
특히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터키의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와 도널드 투스크 신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옌스 슈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등 주요 인사도 함께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냉전' 중인 미국과 러시아에서는 에릭 홀더 법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최고지도자를 대신해 자리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들을 맞이하며 "오늘은 파리가 세계의 수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전체는 더 나은 것을 향해 일어섰다"고 말했다.
◇ 지도자들 "테러 위협 지속… 우리가 이길 것"
캐머런 영국 총리는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이 수년 동안 지속할 것"이라며 경계를 당부했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오늘 우리는 모두 프랑스에 함께 있다"면서 "유럽은 테러에 맞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홀더 미국 법무장관도 미국은 이런 극단주의 테러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면서 각별히 '외로운 늑대'의 테러에 유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 테러 희생자 유족들 중앙에…"내가 샤를리다"
테러 희생자 유족들도 행사에 함께 했다. 이들은 "샤를리"라고 적힌 두건을 머리에 두른 채 언론 자유에 대한 연대 의지를 표시했다. 이들은 대열 중앙에 선 채 이번 행진의 의미를 분명히 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이민자 출신 이슬람교인 라시나 트라와(34)는 파리 테러 과정에서 숨진 17명의 넋을 기리는 촛불을 준비해 행사장에 놓았다. 그는 "이번 행진은 프랑스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다른 시민 쟈클린 사드-루나(70)는 "우리는 극단주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행진 참가 이유를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 세계 주요 도시서도 "내가 샤를리다" 행진
브뤼셀, 런던, 마드리드, 뉴욕, 카이로, 시드니, 스톡홀름, 도쿄 등지에서도 같은 행사가 열렸다.
무엇보다 브뤼셀에서는 무려 1만 명 이상이 모여 테러 규탄 의지를 밝혔다. 시드니에서는 500명이 "내가 샤를리다"라며 테러 대응 전선에 함께했다. 호주 주재 프랑스 대사는 "우리는 단결해야만 한다"며 이들에게 사의를 표했다.
도쿄에서도 주로 현지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수백명이 모여 국가를 부르고 묵념했다. 한 프랑스인 참석자는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재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테러 반대'에 이-팔 등 숙명의 적도 함께
이날 만큼은 모두가 갈등을 잊고 테러 반대의 명분 아래 하나였다. 서로를 숙명의 적으로 여기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가 각기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물론 '나란히' 행진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했다.
일부 이슬람과 유대교인들도 같이 행진하며 갈등을 잊었다.
올랑드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별도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을 논의했다. 이 회동에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 4개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이른바 '노르망디 4자 회담' 국가이다.
/파리·베를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