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팔아 피 다른 아들 살리려는 아버지의 고군분투
中 위화 원작, 인물 중심으로 바꿔… 스타급 조연 눈길


감독 : 하정우
출연배우 : 하정우, 하지원
개봉일 : 1월 14일
124분/12세 관람가/드라마

중국 소설가 위화가 쓴 '허삼관 매혈기'가 하정우식 영화 '허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는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1950년대 충북 공주를 배경으로 평범한 허삼관(하정우 분)이 가족을 위해 자신의 피를 팔아 난관을 타개하는 과정을 그렸다.

개봉 전부터 원작의 배경인 중국 현대사 대사건(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등)을 어떻게 우리 실정에 맞출 것인지 관심이 모였다. 메가폰을 잡은 하정우의 선택은 영화의 흐름을 깰 수 있는 시대배경을 과감히 삭제해 문제를 해결했다.

대신 소설속 인물의 캐릭터에 철저하게 집중했다. 감독의 탁월한 선택은 한국 관객들이 원작에 구애받지 않고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원작에서 인물만 취한 것도 아니다. 원작의 풍자와 해학이 하정우식 코믹 코드를 만나면서 평범한 소시민들의 애환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또 독특한 문어체 대사와 중간 중간 청개구리, 쥐, 고양이를 의미있는 장면에 등장시키는 등 최대한 원작을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았다.

영화는 허삼관이 동네 최고의 미녀 허옥란(하지원 분)과 결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반과, 11년 후 허삼관이 첫째 아들 일락(남다름 분)이 친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중반, 그리고 뇌염에 걸린 일락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전국의 병원을 돌아다니며 피를 파는 허삼관의 모습을 담은 후반으로 나눠진다.

감독 하정우는 '영화 판의 마당발'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스크린에 다채로운 배우를 등장시킨다.

주변 캐릭터로 성동일, 김성균, 조진웅, 정만식, 전혜진, 윤은혜 등 스타급 조연들을 등장시키며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를 높였다. 이들은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신 스틸러'다운 면모를 선보인다.

특히 특수분장으로 '비만녀'로 변신한 윤은혜는 그 자체로 볼거리를 선사했다.

영화 곳곳에서 하정우의 연출 내공을 느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시장을 거니는 허옥란의 의상이 바뀌면서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장면, 병원에서 피를 뽑기 위해 기다리는 허삼관의 등 뒤로 '행복한 가정, 가족'이라는 포스터를 배치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허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일락 역을 맡은 남다름이다. 1천600대1의 경쟁을 뚫고 일락을 연기한 남다름은 내면감정을 담은 눈빛 연기로 연기내공 17년차 하정우를 압도했다.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허삼관의 냉대 속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는 그의 연기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감독 하정우의 입지를 다진 영화 '허삼관'은 지난 14일 개봉해 상영중이다.

/유은총기자
사진/NEW배급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