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변화하라’는 기치를 내걸며 2015 호주 아시안컵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지난해 월드컵 부진 때문에 난타를 당한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하면서 새 출발을 했다. 그 결과 31일 막을 내린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과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확고한 지향점, 합리적이고 투명한 선수 선발과 기용을 토대로 승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집중했다. 그간 지향점, 철학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은 최근 한국 축구에서 가장 아쉬운 면으로 지적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볼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를 주문했다. 물론 슈틸리케호는 이번 대회에서 볼 점유에 실패한 적이 있었고 수치로는 성공했으나 내용에 적극성이 없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승리가 이어지자 ‘늪 축구’ 또는 ‘실학축구’ 등의 문구가 여론에 등장하기도 했다.
또 이번 아시안컵에선 태극전사들의 무한경쟁을 예고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친분으로 선수를 뽑거나 기용하는 ‘의리 축구’의 가능성이 없다고 밝히는 등 지역과 친분을 타파했다.
특히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과 스트라이커 이정협(상주 상무)은 슈틸리케호의 결실이다. 그간 소외돼 온 선수가 발탁돼 제 몫을 해냈다는 사실은 슈틸리케호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경기력을 토대로 선수가 선발돼 기용되면서 우수한 자원이 꽃을 피우는 것은 한국 축구의 발전 가능성을 키우는 긍정적 현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를 기용할 때도 인지도를 먼저 고려하지 않았다. 물론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몸 상태가 100%가 아닌 선수는 라인업에서 배제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올해 포부에 대해 “아시아의 우물을 벗어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성적 경쟁에만 곁눈질할 게 아니라 세계무대를 바라보고 학습하고 단련하며 도전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는 의미였다.
아시안컵은 마무리됐고 이제 다가오는 과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과정인 아시아 지역 예선이다. 슈틸리케호는 오는 6월, 9월, 10월, 11월에 두 차례씩 홈 앤드 어웨이로 2차 예선을 치른다.
슈틸리케호는 예선을 본선의 준비로 삼고 기술적, 정신적으로 세계무대를 향해 계속 조금씩 진보할 예정이다.
일단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3월 A매치 기간에 라인업과 전술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또 오는 8월 중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 대회에선 국내파와 신예들의 기량을 집중적으로 살필 기회를 얻는다.
/신창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