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진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영국의 작은 도시 게이츠헤드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올해는 박옥진 대표이사가 무보수 명예직 꼬리표를 떼고 상임 대표이사로 임기를 시작하는 첫 해다. 또 문화재단 출범 9년째로 새로운 10년을 설계해야 하는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그래서 박 대표이사가 꺼낸 영국의 작은 도시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인구 8만명에 불과한 영국의 소도시 게이츠헤드는 1970~80년대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주민들이 떠나는 도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 20만명의 도시로 성장했고, 한해 동안 이곳에서 열리는 문화·예술 행사만 해도 450회가 넘어 1년 내내 문화·예술 행사가 열리는 도시로 변모했다. 비결은 문화·예술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였다.
게이츠헤드 지방 정부와 주민들은 의견을 모아 마을 이미지를 상징하는 조형물·미술관·음악당 등의 시설을 차례로 세웠고 또 좋은 시설에 걸맞은 사업비도 확보해 좋은 공연을 올렸다. 지금 음악당 ‘세이지 게이츠헤드’에는 해외 유명 스타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끊임없이 열리며 공연을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 수도 엄청나다.
박 대표이사는 “게이츠헤드와 달리 우리나라 일부 지자체는 일종의 ‘하드웨어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며 “큰 돈을 들여 문화시설을 짓고 정작 사업비가 없어 공연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이사는 부평구 문화재단이 관리하는 부평아트센터를 비롯해 부평문화 사랑방과 부개문화 사랑방, 부평구 구립도서관 등 11개 기관의 시설(하드웨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11개 기관이 각각 인천을 대표하는 차별성 있고, 지속 가능한 문화 콘텐츠를 1개씩 만들도록 하겠다”며 “공연이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이들 시설이 주민 밀착형 문화 커뮤니티 센터로서의 기능을 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 부평아트센터가 만든 어린이 국악극 ‘할락궁이의 모험’과 부평미군기지를 중심으로 활동한 음악 밴드 1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 등도 이 같은 콘텐츠의 예다.
박옥진 대표이사는 “부평구문화재단 아래 여러 시설들이 각자 다양한 자체 콘텐츠를 확보하고, 주민들이 찾아오는 거점별 문화 커뮤니티 센터로서 기능을 한다면 모든 부평 구민이 내 집 앞 가까운 곳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