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모(32·인천시 부평구)씨는 설 명절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귀성길이라고 해야 자동차로 채 한 시간도 안 걸리는 인천 영종도 본가까지이고,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어 ‘장가 언제 갈 거냐’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한숨만 절로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버지(68)와 정치 현안을 놓고 또다시 얼굴을 붉힐까 봐서이다. 강씨 부자는 지난해 한가위 때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선동사건을 주제로 ‘1라운드’를 치렀다.

당시 강씨는 아버지에게 서울고등법원의 판결(2014년 8월 11일)을 근거로 삼아 “내란음모죄 무죄는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가 “나라 뒤엎을…, 종북 ××냐”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들어야 했다.

아버지는 대학생때 취미삼아 했던 ‘민중가요 노래패’ 활동까지 끄집어내셨고, 집안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듯 확 가라앉아 버렸다.

하지만 강씨는 곤욕스럽기는 해도 입을 꾹 다물지는 않을 작정이다. 그는 “그래도 (아버지와)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으면 관계는 결국 단절될 것”이라며 “서로 부딪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2020년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현대사회 밑바닥에 깔린 세대와 가족 간 갈등을 푸는 일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이번 설 연휴가 이 같은 갈등 해소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국 사회는 갈등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2014)에 따르면 사회갈등 지수는 2011년 OECD 가입국 중 5위로 분석될 정도다.

공공정책 전문가들은 “국토분단과 정치적 이데올로기 분화의 영향이겠지만, 긍정적 자세와 열린 마음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욱·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