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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에서 1일(현지시간) 수많은 시민들이 이틀 전 피살된 야권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를 추모하는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 넴초프의 사진과 함께 "그는 러시아의 미래를 위해 죽었다"는 등의 글귀가 써있다. 이들은 크렘린궁이 넴초프의 살해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AP=연합뉴스 |
모스크바에선 주최 측 추산 5만명 이상의 시민이 손에 넴초프의 사진과 꽃, 초 등을 들고 나와 크렘린궁이 야권 지도자의 살해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넴초프가 1990년대 주지사로 일했던 중부 도시 니즈니노보고로드 등에서도 추모집회가 열렸다.
거리행진이 시작된 모스크바 시내 '키타이고로드' 광장 주변에는 오후 2시께부터 수천명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곧이어 오후 3시 15분께부터 넴초프가 사망한 크렘린궁 옆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모스트' 방향으로 행진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넴초프의 사진과 함께 '나는 두렵지 않다', '투쟁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걸었다. 하원 의원 드미트리 구트코프, 넴초프와 함께 반정부 운동을 펼쳐온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前) 총리, 또다른 저명 야권 지도자 일리야 야쉰 등이 행렬을 이끌었다.
시위대는 "푸틴없는 러시아", "잊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 총탄은 우리 모두를 향한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피살 현장에 이르자 카시야노프 전 총리가 시위대를 상대로 연설했다. 카시야노프는 "넴초프 살해자들을 반드시 찾아내 처벌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이들은 자유와 진실에 반대하는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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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에서 1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피살된 야권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를 추모하며 성바실리 성당 주위를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크렘린궁이 넴초프의 살해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AP=연합뉴스 |
시위에 참가한 여배우 라다 네그룰은 "넴초프 살해 배후는 명백히 크렘린"이라며 "설령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살해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에게 아첨하려는 측근들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언론을 통해 증오심을 불러 일으킨 것 등이 이번 사건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약 1만6천명이 모스크바 추모행사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권은 집회 참가자가 5만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당국은 시위 현장 주변에 대규모 경찰 병력과 대테러부대 '오몬' 병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하지만 가두행진 현장에서 경찰과 참가자들 간 큰 충돌은 없었다.
야권은 넴초프가 살해되기 전 모스크바 남쪽 지역에서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등을 규탄하는 대규모 반정부 거리행진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피살 사건 이후 시위 장소를 시내로 옮겼다. 모스크바 시 당국도 이날 추모행사를 공식 허가했다.
모스크바 이외에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약 6천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중부도시 니즈니노보고로드, 시베리아 도시 노보시비르스크 등에서도 추모 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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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크렘린궁 인근에서 1일(현지시간) 이틀전 총격을 받아 피살된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
러시아 초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인 1990년대 후반 제1부총리를 지낸 넴초프는 그동안 푸틴 정권의 권위주의와 부패,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등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면서 크렘린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한편 이날 가두행진에 참석하려던 우크라이나 의회 의원 알렉산드르 곤차렌코가 모스크바 시내에서 경찰에 체포됐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곤차렌코 의원은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오데사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오데사에선 당시 친서방 우크라이나 정부 지지자들이 반대론자들이 모인 노조 건물에 방화함으로써 약 50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한 바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