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25대 임금 철종(재위 1849~1863)이 강화도 유배 생활을 마치고 왕위에 오르기까지, 나흘간 과정을 기록한 문서가 새롭게 발견됐다.

국립민속박물관 장장식 학예연구관은 철종 즉위에 대한 기록이 담긴 ‘덕완군 봉영기’(德完君 奉迎記)를 4일 경인일보에 처음 공개했다.

현재 철종 봉영(奉迎·왕을 모시는 것)과 관련해 남아 있는 사료는 조선왕조실록 등 5건인데, 정원용이 쓴 ‘경산일록’(經山日錄)을 제외하면 간략하게 기록된 수준이다.

이번 문서발견을 계기로 강화도 유배에 처한 철종이 왕으로 등극하는 급박했던 순간을 더욱 생생하게 복원할 수 있게 돼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덕완군 봉영기’는 너비 22.5㎝, 길이 230㎝의 두루마리형 한문 필사본으로, 1849년(기유년) 6월 6일 헌종이 세상을 뜬 직후부터 6월 9일 철종의 즉위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다. 당시 강화도에 살고 있던 철종을 창덕궁으로 모셔 오는 과정과 헌종의 장례에 관한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장장식 연구관은 지난해 11월 이 문서를 소장한 한 개인의 의뢰를 받아 최근까지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장 연구관이 번역한 ‘덕완군 봉영기’에 따르면, 철종이 강화도에서 궁으로 행차하는 길에 많은 백성이 몰려들어 구경하며 “성군이 나셨다”고 칭송하는 장면이 있다.

또 철종이 강화도 갑곶나루에서 바다를 건널 때 오색 빛 무지개가 마치 다리처럼 뻗는 등 ‘상서로운 조짐’이 있었다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당시 새 임금에 대한 백성들의 기대감이 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철종이 한성으로 향하는 수레 안에서 좌우를 조금도 둘러보지 않은 채 조그만 부채를 흔들었다거나, 호위 군사들이 구경 나온 백성들을 물리치자 “그러지 말라”고 명하는 등 철종의 성품을 엿볼 수 있는 내용도 있다.

장 연구관은 ‘덕완군 봉영기’에 관인이 많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문서가 왕실 비서실 기록인 ‘승정원일기’를 쓰기 위한 초고 성격을 띠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 연구관은 “기존 자료와 비교 연구해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문서를 토대로 내년께 관련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