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색,계’ 호평 불구
진부하고 빈약한 시나리오
상영 9일째 겨우 38만명


지난 5일 개봉한 ‘순수의 시대’. 조선건국 초 발생한 1차 왕자의 난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영화는 가상인물인 ‘김민재(신하균)’와 ‘가희(강한나)’를 등장시켜 권력투쟁 속에서 피어나는 순수한 사랑을 담은 이야기다.

메가폰을 잡은 안상훈 감독이 “어른들을 위한 ‘19금 사극’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개봉했으나, 현재 관객들로 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개봉 당시 농도 짙은 노출과 러브신을 선보여 한국판 ‘색,계’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기존 성인사극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형 성인사극의 출발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망가 양반이 음란소설을 쓰고, 나아가 왕의 후궁을 탐하는 이야기를 다룬 ‘음란서생’(2006)을 시작으로 ‘쌍화점’, ‘미인도’를 비롯해 구중궁궐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권력의 암투를 다룬 ‘후궁(2012)’, 그리고 최근 개봉했으나 상영관을 찾지 못해 일주일만에 하차한 ‘어우동: 주인 없는 꽃’(2014)으로 이어졌다.

대부분 노골적 성적묘사에 치중한 나머지 영화적 표현양식이 진부하고 스토리는 허술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순수의 시대는 성인사극을 바라보는 평단의 부정적 평가를 의식해 쟁쟁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신하균, 장혁, 강하늘 등을 캐스팅하며 흥행성공과 성인사극의 질적 전환을 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평단의 기대도 그만큼 높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한 수준. 개봉 첫주 예매순위 1위에 오르며 잠시 반짝했지만, 상영 9일째를 맞이하는 12일 현재 예매순위(2015.3.12. 맥스무비 기준)는 하위권으로 곤두박질 중이다.

현재 예매율 1위인 ‘킹스맨:시크릿에이전트’가 누적 관객 수 432만명을 기록한데 반해 순수의 시대의 그것은 겨우 38만명이다.

안 감독의 자신감과 달리 참패를 거듭하는 순수의 시대에 대해 한 평론가는 “배우들이 아깝다”며 시나리오의 빈약성을 지적한 뒤 “높아진 관객 수준을 예측하지 못하고, 성적 부분만 부각한 기존 사극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게 흥행참패의 원인”이라고 평했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관객들의 수준은 과거와 달리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며 “러브신과 치정관계 등 성을 어필하는 얄팍한 상업주의는 더 이상 관객의 호응을 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앞으로 성인사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현실감 있는 상상력과 함께 관객과 공감을 필수 요소로 넣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은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