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브리 ‘추억의 마니’ 국내개봉
소녀 안나의 환상속 친구 만남
판타지물 특유의 상상력 ‘가득’
일본만화의 아버지 미야자키 하야오(75) 감독은 지난해 11월 ‘바람이 분다’를 마지막으로 은퇴와 함께 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 잠정중지를 선언했다.
그는 “손 그림 애니메이션 창작자들에게도 분명 기회는 있다. 그러나 재정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필과 종이, 필름 시대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며 손 만화시대의 끝을 알렸다.
이로써 19일 개봉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추억의 마니’는 지브리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이 작품은 영국의 아동 문학작가 조앤 G 로빈슨의 동명 원작으로, 12살 소녀 안나가 환상이 만들어낸 친구 금발의 마니를 만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은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지브리 특유의 동심이 가미된 마지막 작품이다.
미야자키 감독과 함께 손 만화시대를 이끈 지브리는 1985년 6월 창립돼 30년간 TV시리즈 6편과 극장판 애니메이션 21편을 만들었다.
‘이웃집 토토로(1988)’와 ‘월령공주(199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 대작을 선보였다.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2002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 2003년 제75회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 영화부문 수상, 2005년 제62회 베니스영화제 명예금사자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국내에서 누적 관객수 261만3천676명을 기록하며 국내 ‘지브리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하지만 손 만화시장은 급변하는 트렌드와 영상기술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손기환 상명대학교 애니메이션학부 교수는 지브리 작품에 대해 “일본만화는 물론 세계의 애니메이션 문화를 발전시켰다. 참신한 소재와 철학을 바탕으로 수준높은 만화를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미야자키 감독의 결정에 대해 “불가피한 결정이다. 감독을 대신할 후계자를 찾지 못했고, 굴지의 만화기업인 도헤이와 픽사, 디즈니가 3D 만화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브리 만화의 국내 배급사인 대원 미디어는 “지브리 측의 창작활동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고 밝히고 “새로운 기술과 소재로 찾아올 예정이다”며 새 작품에 대한 여지와 지브리 내부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기존에 주류를 이뤘던 미야자키 하야오식의 손 만화는 ‘추억의 마니’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유은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