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우즈벡 등 경제 시너지
같은기간 유럽연합 2.6% 그쳐

선로간격 따라 바퀴폭 조정
‘궤간가변기술’ 현지서 관심
관리쉽고 국경통과 시간줄여


‘유라시아 철도 공동조사단’은 28일 오전 9시(현지시각) 러시아 이르쿠츠크 교통대학교에서 이 대학 교수들과 유라시아 철도의 기대효과, 한반도~유럽을 하나로 잇는 실크로드익스프레스(SRX·Silk Road eXpress) 실현을 위한 과제 등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이르쿠츠크 교통대 교수들은 선로 간격에 따라 자동으로 열차바퀴 폭을 조정해 주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발표자로 나선 한국교통연구원 이호 부연구위원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천연자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과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 등이 활발한데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19~20세기 초 러시아와 영국이 중앙아시아 내륙의 주도권을 두고 벌였던 패권 다툼)이 시작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를 위해 중국의 웨스턴 차이나 개발처럼 국가마다 수송을 주요한 정책으로 실현하고 있는데 철도가 그 중심에 있다”며 “(이 같은 현실에서) 한국을 비롯한 중국·몽골· 러시아·유럽을 철도 하나로 묶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0~2012년 사이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지나는 11개 국가(몽골·벨라루스·폴란드·에스토니아 등)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9~6.7%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중국횡단철도(TCR) 경유 5개 국가(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역시 3.8~8.5%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EU는 2.6%에 그쳤다.

이 부연구위원은 “(저성장 시대 극복에 도움을 줄) SRX를 실현하는데는 남·북한간 철도연결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하지만 SRX가 단순히 남북이 아닌 러시아·중국·몽골·유럽으로의 연계성을 갖고 있는 만큼 각국이 참여하는 공동조사 연구가 이뤄진다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정준 선임연구원은 유라시아 국가가 안고 있는 선로 간격문제를 해결해 줄 대안으로 ‘궤간가변기술(軌間可變技術)’을 제시했다.

궤간가변기술은 선로의 폭에 따라 열차바퀴의 위치를 변경하는 게 가능해 열차 또는 바퀴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3월 발표당시 철(鐵)의 실크로드 SRX 난제의 첫 단추가 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선임연구원은 “남북한 표준궤(標準軌·두 레일의 간격 1천435㎜)와 러시아 광궤(廣軌·표준궤를 초과하는 선로 간격으로 러시아의 경우 1천520㎜)를 모두 운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상태”라며 “15m길이의 실내 트랙시험장에서 시속 200㎞까지 안정적으로 주행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기술의 장점으로 “폴란드와 독일의 궤간가변제품과 비교해 부품수를 줄이고, 잠금부도 경량화해 상대적으로 유지보수가 쉽다”며 “현재 화물열차에만 적용이 가능한데 여객열차에도 가능한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가 끝나자 이르쿠츠크 교통대 포드베르브니 비체슬라프 교수 등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궤간가변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포드베르브니 교수는 “(궤간가변)기술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경통과에 허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고, 또 다른 교수는 “오는 6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회의 때 다시 한번 발표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르쿠츠크/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