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240만 관객도 넘는데 24만이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투자를 받기 쉽지 않은 독립영화가 거대 자본이 투입된 상업영화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소셜포비아란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껴 이를 회피하게 되는 정신과적 증상이다. 영화 소셜포비아는 사이버상에서 벌어진 ‘마녀사냥’을 소재로 현대 SNS 문화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반성과 성찰이 부재하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마녀사냥은 서양 중세의 편협한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많은 경우 혼자 사는 여성의 재산을 노린 것이거나 심술궂은 노파에게 복수하기 위한 것이었다.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현실적 욕망과 갈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가 불안한 시기에 성행하였다 하니, 사이버 마녀사냥은 SNS를 통과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현실적 욕망과 불안한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말 개봉해 관객과 평단 모두에 좋은 평을 들었던 영화 ‘잉투기’ 역시 온라인상의 감정다툼을 현실로 끌어내는 ‘현피’를 소재로 젊은 세대의 좌절과 울분을 그려낸 바 있다. 그런데 이 두 영화 모두 젊은 세대를 통해 우리사회의 모순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한공주나 ‘거인’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반해 거대 제작사들의 상업영화들은 사극과 복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광해’ 이후로 급속하게 퍼진 사극 신드롬이나 ‘국제시장’ 류의 복고 열풍은 소재발굴과 그간 소외되었던 중장년, 노년층의 감성을 자극하고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과거의 재현이 역사의 재해석이나 현실의 모순을 묘파하는 알레고리로 기능하지 못하고 단지 상업적 욕망과 향수를 충족시키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의 고뇌와 갈등을 통해 현실을 지적하고 충실하게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면서 고유의 영역을 확고히 하고 있는 독립영화계의 성장은 눈 여겨 볼만하다.
소셜포비아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독립영화계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 임에 틀림없다.
/이대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