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한국 남성 육아휴직

가족 비친화적 고용문화 뿌리깊어
법 보장 위한 제도적 장치는 ‘전무’
생활비 못미치는 낮은급여도 문제

■‘양성평등’ 육아선진국

스웨덴, 남성 휴직을 법으로 명시
직장 떠나 아이 돌보는 아빠 85%
핀란드·싱가포르 다양한 지원정책


우리와 다른 나라의 현실은 어떻게 다를까. 다른 나라처럼 우리도 법적으로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시선에서 결코 쓰기 힘든 남성 육아휴직을 별도의 법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그나마의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도 적극적이지 않은 게 지금의 우리의 현실이다.

#국내 현실

국내 남성육아휴직제도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19조에 의해 정하고 있다. 법률엔 ‘사업주는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입양)를 양육하기 위하여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에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기간은 1년 이내로 정하고 있다.

육아휴직기간 급여는 휴직 전 임금의 40%를 휴직기간 내 지급하는 제도로,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을 매월 지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법 안에는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

경기도는 지난 2013년부터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남성육아휴직과 관련한 출산친화 인식개선 사회 분위기 조성과 일 가정 양립 가족친화기업 조성에 투자된 금액은 전체 예산 4천605억원 중 2억9천만원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아 남성근로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족 비친화적 고용문화가 아직 기업에 자리 잡고 있으며, 휴직기간 급여는 매월 최대 100만원, 최소 50만원으로, 부양가족이 있는 가정의 월 평균 생활비에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다. 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육아휴직자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아울러 자영업이나 비정규직 등은 남성 육아휴직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1970년대부터 남성육아휴직을 장려해온 스웨덴, 독일과 같이 국가가 남성육아휴직을 정착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

#해외 사례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육아에 있어 ‘양성평등’이 저출산 해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스웨덴은 높은 출산율과 여성고용률을 자랑하는 국가다. OECD 국가 중 스웨덴 합계 출산율은 1.91명으로 유럽 최상위권이고, 여성고용률은 82.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스웨덴이 출산율과 여성고용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던 데는 막대한 재정 투입과 함께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경우 8세 미만의 아이가 있는 가정은 총 480시간 육아휴직을 낼 수 있는데, 그 중 60시간은 반드시 아빠가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육아휴직 전체를 여성이 사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명시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을 위한 강력한 법 체제 아래 스웨덴은 엄마와 아빠가 육아를 균등하게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웨덴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21분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편에 속하는데 우리나라 남성이 32분인 것과 대조적이다.

스웨덴도 1970년대에는 우리와 같이 출산율이 떨어져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으며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남성을 가정의 주 소득자로, 여성을 돌봄자로 규정한 과거의 역할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맞벌이를 장려하고 달라진 부부상에 맞게 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세계 최초로 6개월 유급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했고 육아휴직을 ‘부모휴직’이라 부르며 아빠 활용에 나섰다. 또 1995년에는 ‘아버지의 달’을 도입해 육아휴직 기간 중 1개월을 아버지에게 법적으로 배정했고 2002년부터는 부부가 균등하게 나눠쓰도록 법을 바꿨다.

이 결과 현재 스웨덴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85%에 달한다. 우리나라 여성 육아휴직 비율보다 높은 수치다.

다른 국가들도 저출산에 대비해, 남성 육아휴직과 같은 양성평등을 중요한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 핀란드도 일을 하면서도 3세 이하 자녀는 직접 부모가 키울 수 있도록 월·수·금요일에는 아이를 집에서 부모가 돌보도록 하는 육아휴직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아시아 문화를 가진 싱가포르도 사뭇 다른 모습이다. 2013년 남성육아휴직에 관한 법안을 마련하고, 남성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보장했다. 또 조부모에게 보육급여를 지원하는 한편, 국공립 육아시설 확충을 통해 육아 인프라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지영·유은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