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양육할 것인가…’ 저출산 문제의 아픈 현실
남성 제도활용 비율 4% 불과 인식·혜택 개선을


8월 중순, 출산을 앞두고 있다. 오로지 ‘나’밖에 소중한 게 없었던 인생에 나만큼 소중한 보물이 생겼다.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도 안 먹고, 과자도 끊었다. 입에도 대지 않던 과일과 채소를 매일 종류별로 챙겨먹는 나를 보면서, ‘엄마’라는 존재의 무게감을 하루하루 느끼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찬란한 순간이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이란 명찰을 앞에두고 마냥 행복하지 않다. 조만간 닥쳐올 미래가 고민되고 걱정스럽다. 육아휴직을 내고 1년간 아이를 돌보겠지만, 그 후엔 누가 돌볼 수 있을까. 지금껏 일만 해온 부모님에게 또다른 일거리를 안겨야 하나.

휴직 후 복귀했을 때 나의 경력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루에도 수십번씩 새로운 고민들이 샘 솟지만, 답은 없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으로 함께 가정을 꾸리는데,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왜 육아는 여자의 몫이어야 하나. 나도 남편 못지않게 공부하고 커리어를 쌓기위해 노력했는데, 나만 경력단절의 비극을 겪어야 하나.

어느새 화살은 남편을 향하다가, 보수적인 남편의 회사로, 허울뿐인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며 정작 현실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부에로 향한다.

이 사례는 기사를 쓰고 있는 ‘여’기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워킹맘’이자 맞벌이 부부, 워킹맘이었지만 아이를 위해 커리어를 포기한 엄마들의 마음을 대변하고자 속풀이 기사로 시작한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전국 출산율이 1.03명에 불과하다. 초혼연령의 지속적인 상승, 양육의 경제적 부담 등 정부와 학계가 저출산 문제의 다양한 원인을 쏟아낸다. 하지만 현실에서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누가 양육할 것인가’이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남녀 879명을 대상으로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출산장려정책은?’이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절반이 넘는 54.5%가 ‘육아휴직제도의 정착’을 원했다. 특히 남성 응답자 중 46.2%가 ‘아빠를 위한 육아휴직제도’를 시급한 출산장려정책으로 꼽았다.

경기도 여성가족연구원의 조사결과에서도 ‘일과 가정의 양립의 어려움’이 출산장려의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그 증거로 보인 그래프는 참담한 수준이다.

결혼 직전 89.1%에 달했던 여성 취업률은 첫 아이 출산 전 33.1%로 떨어졌고 출산 후에 다시 27.1%로 감소하다 막내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한 후에야 44.3%로 조금 회복했다. 그렇다면 실제 남성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2013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 육아휴직 참여 비율은 전체 육아휴직급여자 대비 0.2%에 불과하다. 그나마 올해 늘어나 4%까지 올라왔다지만, 환영할만한 수치는 결코 아니다. 경기도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도 처참하긴 마찬가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조사결과 지난해 4.96%로 집계됐다.

단순히 ‘남자도 육아휴직 쓰자’ 수준의 계몽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실질적인 제도와 혜택이 수반돼야 하지만, 전라북도가 남성육아휴직 실시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등 제도 확산을 위한 노력을 펼치는 반면, 경기도는 구호만 있을 뿐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 인식과 제도, 모두 총체적 난국인 시기에 ‘남성 육아휴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