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500명 예산 600억 거대조직
실질적으로 도민 위한 일 없어
‘5개월간 설득’ 변화동력 얻어내
■‘개방형 공모’ 파장은
재단 안팎의 전문가 다수 등용
‘무모한 실험’ 의구심 불식시켜
타기관 공모 찬물 우스갯소리도
■향후 계획은?
“미래사회는 문화의 시대”
정책의 지속성 실현 앞장
임기 끝까지 조직 변화 최선
숨가빴던 5개월이 지나갔다.
지난 연말,
경기문화재단 설립 이후 최초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예고하자
외부는 물론,
내부의 거센 반발이 몰아쳤다.
성공에대한 냉소와 독설들이 난무했지만
꿋꿋이 개편의 진정성을 쌓아나갔다.
4본부 체제로 구조를 바꾸고
적재적소에 맞게
직원들을 전면 배치했다.
개방형 공모와
까다로운 인사 절차를 통해
능력있는 인재들을 모았다.
그렇게 조직개편의 풍랑을 정면으로
돌파한 조창희 경기문화재단 대표를
8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경기문화재단의 파격적인 조직개편이 경기도 뿐 아니라 한국 문화행정에 없던 의미있는 실험이라는 평가가 있다.
“조직개편을 결심한 이유부터 설명해야 될 것 같다. 지난해 9월, 취임해 재단을 살펴보니 경기도와 도민을 위해 실질적으로 하는 일이 없었다. 도대체 500명의 직원과 1년에 600억원 이상 예산을 쓰는 거대 조직이 뭘 하고 있는 건지 회의와 고민이 시작됐다. 내가 이 곳에서 해야 할 일은 일 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할 수 있는 조직환경을 만들어 주고 그 형식 속에 내용을 채워주는 것이라고 결심했다. 그래서 전 직원을 모아놓고 조직개편의 절박성을 설명했다. 직원 대부분이 ‘그런 걸 왜 하냐, 될거라고 생각하냐’며 거부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공공서비스기관’ 이고 ‘경기도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기관장이든 본부장이든 능력 있는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설득하는 데 5개월이 걸렸다. 그래서 이번 인사에 개방형 공모를 통해 우리 내부직원이 5명이나 장 자리에 선발됐다.”
-이번 조직개편과 개방형공모로 우수한 인재들이 경기도로 몰렸다고 하는데···.
“이번 조직개편이 끝난 후 문화계 지인들에게 ‘정말 이렇게 해낼줄 몰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들 실험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우리는 일하고 싶은 사람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려고 개편을 단행한 만큼 그런 사람들이 와 주길 바랐다. 실제로 이번 공모에 70~80명이 기관장과 본부장에 공모했다. 처음엔 다들 짜고 치는 것 아니냐는 의심들을 했지만, 인사 뚜껑이 열리고 나서는 우리의 진정성을 인정했다. 재단 공모의 규모와 파격 때문에 중앙의 유수한 문화기관들의 기관장 공모 열기가 식었다는 소리도 들었다.”
-개편된 조직으로 어떤 일을 할건가.
“재단의 역할 자체를 탈바꿈 시켜야 한다. 그동안은 그저 도에서 받은 예산을 기관에 뿌려주는 정도의 역할밖에 없었다. 일종의 행정 대서방이었다. 이제는 현장에서 일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직원들이 경기도 문화행정의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싱크탱크가 돼야 한다. 재단의 각 본부들이 경기도문화 전반의 문제점과 의제를 발굴하고 정책을 만들어 도와 의회에 전달하고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부터 문화관광국장, 문화관광국의 각 과장들을 모두 만나 도와 재단의 협업을 설득했다. 문화정책은 문화DNA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데, 재단이 경기도만의 문화코드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마스터플랜부터 구체적인 정책을 열심히 만들면 도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걸 강조했다. 도 문화담당 공무원들은 매년 바뀌어도 재단은 계속된다. 경기도 문화정책의 지속성은 결국 경기문화재단이 담당할 수 밖에 없다. 변화를 설득하려면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경기문화재단은 앞으로 문화현장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번 개소식을 가진 재단 북부사무소도 북부문화예술사업단(가칭)으로 명칭을 바꿀 생각이다. 재단은 사무 보는데가 아니다. 개편된 조직으로 경기도에 문화의 씨를 뿌려 천개의 꽃을 피우겠다는 청문회때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 미래사회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는 내가 사는 삶의 과정 속에서 창조되는 모든 것이다. 문화를 알면 모든게 보인다.”
-개편된 조직을 안정시키고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일텐데.
“내가 나가면 조직개편 실험도 끝날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 뒷담화, 신경쓰지 않는다. 미래의 일이 걱정돼 지금 해야하는 일을 못하거나 겁내면 안된다. 수십년의 공직생활 속에서 항상 변화하려고 노력해왔다. 전에 공공 골프장 대표로 일할 때도 30년 동안 썩어있던 조직을 변화시키고 골프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캐디,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환경으로 만들었다. 내가 떠났다고 해서 그 골프장이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때 일했던 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과 현장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중에 내가 재단을 떠난 뒤 단 한명의 직원이라고 ‘조창희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좋은 기억을 간직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조직에 변화를 불어넣고 자극을 줄 것이다. 그렇게 재단이 중심이 돼 변화의 바람개비를 돌리면 결국 그 바람이 각 지역으로 퍼져나가지 않겠는가. 그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인터뷰/윤인수 문화부장(편집부국장)
정리/공지영 기자
사진/임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