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도전을 선언한 미국 민주당의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초반부터 '대세론'을 형성할 조짐이다.

출마 선언 불과 사흘만인 15일(현지시간) 현재 당내에서 89명의 지지의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08년 대선 경선에서 최종적으로 확보했던 93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지의원은 더 불어날 공산이 크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이 자체 집계를 해 이날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하원의원의 3분의1 가량인 62명과 상원의원의 60%에 달하는 27명이 클린턴 전 장관의 대권도전에 찬성했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은 하원 민주당 여성의원 65명 가운데 21명의 지지를 얻어냈다. 그는 2013년에는 상원 민주당 여성의원 전원으로부터도 자신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편지를 받은 바 있다.

더 힐은 "클린턴 전 장관이 지난 일요일 공개된 영상을 통해 공식 대권도전을 선언했지만, 오랜 기간 민주당의 1위 주자로서 지지를 구축해왔다"며 '대세론' 형성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들 중 상당수는 클린턴 전 장관의 정치자금 모금단체인 '레디포힐러리'(Ready for Hillary)에 합류해 사실상 지난해 초부터 지지활동을 펼쳐왔다고 더 힐은 전했다. 이 매체는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의원 명단을 계속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거물 정치인' 중 한 명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75·네바다) 의원도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난립하는 공화당의 대선 잠룡들을 "모두 루저들(losers)"이라며 깎아내리면서 클린턴 전 장관을 "매우" 좋아한다고 밝혀 사실상 지지를 선언했다.

이처럼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대세론 형성이 가시화함에 따라 당내 경선 주자군으로 분류되는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나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 등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기류를 바탕으로 클린턴 전 장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출마 선언 이틀만인 14일에는 정체 모를 자금의 정치권 유입을 막기 위한 개헌을 주장하고 나서며 주목받았다.

지난 12일 대선 출마를 공식으로 선언하고 뉴욕 주에서 미국 대선의 초반 풍향계 역할을 하는 아이오와 주 첫 유세장까지 1만마일(1천600㎞) 거리 유세에 뛰어들고서 내놓은 일성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전날 아이오와 주 동쪽의 작은 마을인 몬티첼로의 커크우드커뮤니티칼리지에서 한 원탁회의에서 "우리는 고장 난 정치시스템을 고칠 필요가 있다"며 "헌법을 고쳐서라도 정체 모를 자금을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러한 제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모금체제 개편을 자신의 캠프가 주력할 '4개의 큰 싸움'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와 관련, 미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은 선거자금과 위헌 결정을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구상도 이와 대동소이할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이를 통해 정치자금 모금단체인 슈퍼팩의 무제한 선거자금 모금에 제한을 가하고 선거자금 내용의 공개범위도 확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안은 미 의회에서 번번이 좌절된 것이어서 현실성에는 의문이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자금 모금이 제약받을 수 없는 정치적 발언의 한 형태라고 주장하는 공화당의 반대 때문이다.

이 때문에 클린턴 전 장관의 이날 개헌을 통한 선거자금 모금체제의 개편 주장은 이른바 '쩐의 전쟁'으로 변질된 미국 선거에 대한 비판 여론을 고려한 '클린 정치' 선언으로 풀이된다.

이틀 전 아이오와 주에서 대선 대장정의 첫 유세 테이프를 끊으면서 '대중 속으로'의 유세를 표방하고 서민의 대변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연장선에서 나온 차별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편, 더 힐은 유력 주자인 클린턴 전 장관의 자금 동원 능력과 더불어 선두 주자가 없는 후보가 공화당에서 난립하면서 2016년 대선 비용은 최대 50억 달러로 4년 전의 배에 육박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그렇다면, 역대 최고의 돈선거가 될 만한 수준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