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고성 녹원식당 맛 그대로
대진항등서 장치·코다리 공수
특제양념 더해 생선 풍미살려


식도락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강원도 고성의 녹원식당. 생선찜 전문으로 공중파 방송에 몇 차례 소개돼 지역인뿐만 아니라 강원도를 방문한 관광객들도 일부러 찾는 집이다. 대형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일반 블로거들의 호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

그 녹원식당 맛 그대로 이제 수원에서도 만날 수 있다. 노경숙 사장이 식당을 가까운 친척에게 넘겨주고 지난달 새로운 생선찜 전문점을 개업한 것이다. 덕분에 푸르디 푸른 교암항 정취를 벗 삼아 즐기던 볼그스름한 생선찜을 이제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직선거리로만 175㎞가량 떨어진 수원에서도 새롭게 신장 개업하면서 녹원식당이라는 상호 대신 ‘원 속초 생선찜’을 택했다. 속초 생선찜 앞의 원자는 원조를 의미하는 ‘元’이다.

새로 문을 열었다고 해서 ‘맛집’이 맛집이 아닐 수는 없다. 나물과 젓갈 등으로 밑반찬이 차려지는데 가자미 무침에 자꾸 젓가락이 간다. 적당히 씹히는 고소한 끝 맛의 가자미 무침은 일품이다.

애주가라면 본 메뉴인 생선찜이 나오기 전에 가자미 무침에 소주 1~2병은 비웠을 게다. 계란찜은 매콤달콤한 생선찜과 곁들여 먹는 밑반찬인데 뚝배기 밖으로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모습이 입맛을 돋운다.

생선찜은 장치와 가자미, 도루묵, 갈치, 가오리, 코다리 등이 골고루 담뿍 담겼다. 생선 본연의 맛을 내기 위해 개발한 특제 양념이 물든 불그스름한 빛깔과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큼직한 감자와 무 등 보조 재료도 아끼지 않았다. 여러 생선이 저마다의 맛을 뽐내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백미는 장치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장치 살은 탄탄하면서도 부드럽다. 도심지에서 장치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노경숙 사장은 녹원식당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대진항 단골 거래처에서 공급을 받는다.

생선을 다 건져 먹고 난 후 남은 양념을 밥에 얹어 쓱쓱 비벼 먹으면 금상첨화다. 속초 아야진항에서 들여오는 코다리를 재료로 한 코다리찜도 별미 중 별미다.

생선찜이 주 메뉴지만 장치 매운탕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칼칼하면서도 감칠 맛 나는 장치 매운탕 한 그릇이면 거짓말 조금 보태 집 나간 며느리의 마음도 돌릴 수 있을 듯하다. 인원이 4명 이상이면 찜과 탕을 같이 주문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

생선찜 대 4만5천원·중 4만원·소 3만원. 해물생선모듬찜과 가오리찜, 코다리찜, 장치매운탕 등도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31-8. (031)241-8921

/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