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불린 송암(松庵) 박두성 선생 탄신 127주년 기념식이 4일 오후 인천 남구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열렸다.

인천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는 한글 점자를 창안한 박두성 선생의 업적과 ‘애맹정신’을 기리는 기념식을 매년 열고 있다.

이날 기념식에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박두성 선생의 손녀 박혜숙(65)씨는 “제가 기억하는 할아버지는 가족들에겐 무척 엄하고, 시각장애인들에겐 무조건 사랑을 베푸셨다”며 “시각장애인 교육을 인생의 우선 순위로 삼고 한평생을 바치신 분”이라고 말했다.

1888년 4월 26일 강화 교동도에서 태어난 박두성 선생은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1913년부터 서울맹학교의 전신인 제생원 맹아부 교사로서 시각장애인 교육에 힘썼다.

일제강점기이던 당시 일본어 점자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안타까워한 박두성 선생은 1920년 한글 점자 연구에 착수, 1926년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訓盲正音)을 창안해 반포했다. 박 선생이 1963년 세상을 뜨기 전까지 출판한 점자책은 200종이 넘는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이날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올해 1월부터 점자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시각장애인 박용순(60·여)씨는 “어릴 때부터 맹인이라고 심하게 놀림을 당해 중·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이후 배움의 기회가 없었다”며 “나이가 들어서야 겨우 내 이름자를 더듬더듬 읽게 됐지만, 글을 읽는다는 기쁨을 준 박두성 선생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기념식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남동구 수산동에 있는 박두성 선생 묘소를 참배했다.

박용월 인천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회장은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도서관에서 점자책과 녹음도서를 마음껏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인천시가 예산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는 점자도서관 건립을 하루빨리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홍일표 국회의원, 문병호 국회의원,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