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7시 30분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실내악 연주회 ‘크레셴도’ 공연이 열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이날 공연의 마지막 순서였던 하이든의 교향곡 제45번 ‘고별’ 중 4악장이 연주되는 도중 갑자기 바이올린 연주자 한 명이 자리를 벌떡 일어나 무대를 빠져나가자 객석은 술렁였다.
연주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악기를 들고 퇴장하는 연주자가 계속 늘고 자연스레 음악 소리는 점점 작아지는 대신, 객석의 동요는 더욱 커져만 갔다. 무대 조명도 계속 어두워져 결국 악보조차 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26명의 연주로 시작된 연주가 후반부에는 7명까지 줄었고 연주는 마지막 바이올린 연주자 2명이 남는 것으로 끝났다.
솔로 연주로 시작해 듀오, 트리오, 6중주, 협주곡으로 점점 편성이 늘어가며 ‘점점 세게’ 진행하는 줄로만 알았던 이날 ‘크레셴도’ 공연이 마지막 반전으로 끝이 나는 순간이었다.
이 고별 교향곡은 하이든이 40살이던 1772년에 만들어진 곡이다. 하이든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던 에스테르하지 후작이 오스트리아를 떠나 헝가리에 있는 자신의 호반 별장에서 여름 내내 악단과 함께 음악을 즐겼지만, 고향과 가족을 떠나 수개월을 버티는 일이 단원들에게는 곤욕이었다.
이 분위기를 읽어낸 하이든은 후작에게 집에 보내달라는 말을 직접 전하는 대신, 이 곡을 작곡해 연주했다고 전해진다. 음악의 이해가 깊었던 후작은 이 연주를 듣고 다음날 단원들을 모두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기획공연은 ‘점점 세게’ 변한다는 기획 자체가 기존 음악회에선 볼 수 없는 가장 큰 파격이고 마지막 반전도 흥미로웠다. 또 공연 시작 전부터 끝까지 딱딱한 클래식을 재미있게 느끼도록 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연주자의 등장과 객석의 박수로 공연이 시작되는 일반 공연과 달리 이날은 무대 스크린의 친근한 자막 안내로 시작했고, 예고 없이 아나운서가 등장해 공연 전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크레셴도를 표시하는 악보 기호 ‘<’가 부각된 공연 포스터에는 데크레셴도 ‘>’ 기호를 숨겨 넣어 ‘눈치 빠른’ 관객을 위한 재미도 줬다.
시립교향악단이 이번 공연에서 보여준 신선한 시도가 예술감독의 장기 공석 사태에 따른 걱정을 잠시 잊게 만들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