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들어오던
갯벌을 메워
신도시를 꾸몄으니
사방이 평평한 땅에
온통 사람들이 만든 것들만
무성하구나

초고층아파트·인공수로 품안은 공원 ‘제2의 강남’
초현대식 건물과 잔디밭 시민… 외국여행지 방불
산 없는 평지에 인공적으로 만든 땅 ‘태생적 한계’
넓은 도로 사람 모임 방해 … 도시공간 조화 절실


송도신도시는 전국의 신도시들 중에서도 관심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이른바 ‘핫 플레이스’다. 정식 명칭인 ‘송도국제도시’로 불리는 것이 맞지만, 이미 사람들의 입에는 ‘송도신도시’라는 말이 자리를 잡았다.

최근 KBS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탤런트 송일국과 세쌍둥이가 사는 곳으로 방송을 타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송도신도시는 초고층 아파트와 개성적인 건축물, 인공 수로가 펼쳐진 넓은 공원, 잘 조성된 상업시설 등이 잘 갖춰져 전국에서도 ‘이사가고 싶은 도시’로 꼽힌다.

부동산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사람들의 입에서 ‘제2의 강남’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참으로 대단한 도시예요. 바다를 메워 도시를 만들었으니,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수 있겠네요. 아니, 뽕나무 밭이 바다가 된 것이 아니라 바다가 도시로 바뀐 것이니, 오히려 상전벽해의 의미보다도 더 놀라운 변화가 되겠네요. 게다가 아직도 다 끝나지 않았다니, 앞으로 더 놀랄 일이 많아지겠어요.”

조광 선생은 송도신도시 조성은 정말 놀랄만한 일이라는 감탄 섞인 말로 송도신도시 둘러보기를 시작했다. 이미 전국적인 명소가 되어버린 송도의 모습을 눈앞에서 본다면 누구라도 나올만한 감탄이다.

취재팀은 가장 먼저 송도의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센트럴파크를 찾았다. 공원 입구에서 송도신도시 시내쪽을 돌아보니, 세쌍둥이네와 야구선수 류현진 등이 사는 곳이라는 초고층 주상복합을 시작으로 60층이 넘는 주상복합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65층짜리 동북아트레이드타워 등이 줄줄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송도신도시는 이런 곳’이라고 자랑하며 서 있는 듯 당당한 모습이다. 반면 센트럴파크쪽으로 눈길을 옮기면, 강처럼 널찍한 인공수로 위를 크고 작은 배가 오가고, 시민들이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여행지를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공원 한쪽에는 커다란 조형물이자 공연장인 ‘트라이볼’이 자태를 뽐낸다. 거대한 초현대식 건물들과 잘 가꿔진 공원이 어우러진,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다.

“참 보기가 좋지요. 하지만 송도신도시는 바다를 메워 만들었다는 점에서 풍수적으로 분명한 약점을 갖고 있어요. 풍수에서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자연에 손을 대지 말고 그대로 자연과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이고, 산과 물이 잘 조화된 곳에 자리를 잡아야 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송도는 자연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만든 땅 위에 세워졌고, 산이 없는 평지 뿐이니, 풍수에서 볼때 부족한 땅이 될 수밖에 없어요.”

조광 선생은 송도신도시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부족함을 화두로 끄집어 냈다. 역시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든 곳이니 어쩔 수 없는 한계인 셈이다.

“풍수에서는 자연의 에너지가 산의 맥을 타고 흐른다고 하지요. 결국 산이 있어야 에너지가 있는 것인데, 이렇게 산이 없고 평지만 있는 땅은 그런 에너지가 부족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은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아직도 송도국제도시 조성사업이 많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차근차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네요. 그리고 이렇게 평지만 있어 에너지가 부족한 곳에서는 여성들의 힘이 강해지기 마련이에요. 자칫하면 경제자유구역이자 국제도시라는 목표했던 면모 보다는 주거도시로서의 면모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지요.”

센트럴파크를 천천히 걸으며 송도신도시의 풍수를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눈앞에 이달 초 문을 연 국내 최대규모의 한옥호텔 ‘경원재 앰배서더’의 자태가 펼쳐진다. 명장들의 손으로 지어졌다는 한옥호텔은 공원쪽에 자리한 2층짜리 커다란 누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른 곳이었다면 지나치다고 했을 만한 규모의 기와지붕 누각이었지만, 고층 빌딩이 즐비한 송도에서는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진다. 한옥호텔은 육지를 뒤로 하고 바다쪽으로 정문을 두었다. 풍수의 기본인 배산임수를 지킨 셈이다.

한옥호텔의 뒤쪽은 센트럴파크의 커다란 수로가 감아 돈다. 관광선과 놀이배가 오가는 수로는 국내 최초로 공원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길이만도 1.8㎞에 달하고, 폭은 넓은 곳이 100m를 넘는다니, 공원 가운데에 커다란 운하가 만들어진 셈이다.

넓이가 40만㎡에 이른다는 센트럴파크를 빠져나오자 눈앞에 동북아트레이드타워가 우뚝 서 있다. 높이가 305m로 국내 최고인 이 건물의 상층부 절반은 오크우드 프리미어 호텔이 입주해 손님들을 맞고 있다. 초고층 빌딩의 호텔과 공원의 한옥호텔이 나란히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송도에 이처럼 화려하고 커다란 호텔들이 들어서는 것은 송도가 국제적인 도시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실제로 오가면서 살펴보면 아직까지 송도는 활기가 부족한 모습이에요. 국제도시로 자리를 잡으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부동산 가격도 지나치게 높아서, 자칫하면 송도가 기대했던 모습까지 발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요. 겉모습만 화려하기 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게 필요할 것 같네요.”

동북아트레이드타워를 지나자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떠올리게 하는 모양의 송도컨벤시아가 등장한다. 송도컨벤시아는 각종 전시와 회의 등을 하는 곳으로, 국제도시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시설이다. 인천시는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올해 말부터 송도컨벤시아 2단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런 이야기를 조광 선생에게 하자 선생이 한마디를 던진다.

“마음이 급하고 너무 큰 것만 좋아해요. 도시가 발전하고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살펴보면서 사업들을 맞춰 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이제는 조금 다른 눈으로 송도를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커다란 건물과 넓은 도로가 멋지게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빈틈이 너무 많아요. 잘 보세요. 넓은 도로는 이동에는 편하지만, 멈춤이 없어요.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가 쉴 새 없이 지나치기만 한다는 뜻이지요. 즐비한 상가들이 하나같이 썰렁한 것은 이런 이치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큰 것이 있으면 작은 것이 있어야 하고, 빠름이 있으면 멈춤이 있어야 하고, 높음이 있으면 낮음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조화가 이뤄지고 에너지가 돌게 되는 것이에요. 도시를 만들때 이런 것들을 잘 생각해야 해요. 물론 전문가들이 잘 살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조광 선생의 이야기처럼 송도신도시의 거리에는 사람이 부족해 보였다. 가장 상가가 발달해 있다는 해양경비안전본부 주변도 크게 활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국제도시로서의 면모가 다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도시를 휘감아 도는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둘러보는 사이 ‘송도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