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많았던 가족 이야기
아이들 성장통 엿볼수 있어

올해도 푸른 인천 글쓰기대회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아마 많은 어린이가 이 글쓰기대회를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부모님, 형제, 친구들과 함께한 추억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요. 인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는 우리 어린 학생들에게 이 글쓰기대회가 평생 기억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응모작 중에는 유난히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여러 시제 중에서도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사람에게 가족이란 세상의 처음이자 끝이며 소우주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어린 학생들이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들은 때로는 마음이 따뜻해 지면서도 때로는 눈시울을 뜨겁게 하거나 귀여움에 웃음 짓게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너무 바빠서 얼굴을 볼 틈도 없는 아빠, 늘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엄마, 얄미울 때도 있지만 없으면 허전한 동생, 부모님을 대신해 돌봐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등 사회가 정말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중에도 그 안에는 사람이 살고 어린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흐뭇하기까지 합니다.

매우 재미있고 감동적인 글들이 예심을 통과했는데 그 작품들을 대상, 최우수상 등으로 가르는 작업이 매우 어려웠다는 사실을 미리 밝힙니다. 그만큼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고심 속에서 최종적으로 두 작품이 심사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삼목초등학교의 안태민 군과 청량초등학교의 한지영 양입니다.

안태민 군의 동시 <섬>은 ‘섬 안에 섬이 있다’는 매우 놀라운 문장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신도에서 영종도를 통통배로 오셔서 먹을 것을 풀어놓자마자 되돌아가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잘 그려져 있습니다.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 그리고 딸인 엄마가 느꼈을 안타까움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감성이 풍부하게 묻어나지만 군더더기가 없는 시어의 선택이 매우 놀랍게 느껴집니다.

한지영 양의 <나와 동생>은 어린이다운 솔직함이 미소 짓게 만드는 글입니다. 특히 ‘어느 날 엄마는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동생을 낳아버렸다’는 읽는 사람을 반하게 만드는, 솔직하면서도 매우 문학적인 문장입니다. 어린아이가 느꼈을 감정이 짧은 한 문장 속에 압축적이면서 핵심을 찌르듯이 표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글에는 미운 동생이지만 없으면 허전할 정도로 정이 들었고 또 가족의 일원으로 동생을 인정하는 성장의 과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애정결핍’이라는 단어를 구사하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또 그 천연덕스러움에 슬그머니 웃음도 났습니다. 이런 단어를 쓸 줄 알다니 지영 양이 애정 결핍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대상은 아니지만 기억나는 작품으로 당하초등학교 김희수 군의 글 <울트라 파워 합체 가족>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세월호 문제로 경찰인 아빠의 귀가가 점점 늦어지자 희수 군은 세월호가 아빠를 빼앗아 간 것 같다며 잠시 속상한 마음을 갖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나쁜 아이인 것일까’하고 성찰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가족을 잃은 아픔에 대해 공감합니다. 자신의 가족은 아빠가 퇴근하면 ‘울트라 파워 합체’가 가능해지지만 가족을 잃은 분들은 하늘나라에서나 합체가 가능하다는 걸 말하면서 말입니다. 초등 3학년 학생으로서 놀랄 정도의 자기 성찰이 돋보이는 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만큼 예쁜 것이 있을까요? 세상의 모든 어린이는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 특히 이번 푸른 인천 글쓰기대회에 참여한 어린이들을 응원해 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공동체 일원으로서 서로를 보듬고 존중하며 사는 마음을 갖는 것 아닐까 합니다. 저는 어린이들의 따스하고 아름다운 마음, 그리고 아이들의 성장통을 이번 심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노지승(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