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쓴 작품 진가 알아봐
“독자 이야기 많이 듣겠다”
환갑이 넘은 나이로 지난 2009년 등단한 늦깎이 시인 김원옥(70·사진)이 자신의 첫 시집과 산문집을 최근 잇달아 펴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마음의 행적을 담아냈다”는 시집 ‘바다의 비망록’과 수필집 ‘먼 데서 오는 여인’ 등 두 권이다.
지난 26일 김원옥 시인을 그의 자택 인근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이 나이 50이 넘어서였죠. 마음속에 쌓인 감정을 시로 적어내고 나면 어느샌가 마음이 편해졌고, 그렇게 나를 위해 아무도 몰래 시를 써왔습니다.”
그는 “시집을 누구에게 보여줄 생각도 없었고, 시집을 펴낼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면서 “출판을 하게 된 것은 시집 ‘반성’으로 유명한 인천의 김영승 시인 영향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그가 남몰래 시를 쓰고 있다는 걸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이 바로 김영승 시인이었다. 오히려 같은 집에 살던 남편인 이가림 시인조차도 그가 시를 써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어느 날, 김영승 시인이 다짜고짜 ‘애인이 누구냐. 빨리 애인을 보여달라’고 따지는 거예요. 시를 쓰는 동안 내 얼굴이 밝아진 것을 김영승 시인이 알아차린 거지요.”
그 이후 ‘애인을 보여달라’는 김영승의 요구는 3년이나 집요하게 이어졌고, 하는 수 없이 작품을 보여줘야 했다. 그의 작품을 받아 본 김영승은 “애인이 참 예쁘게 생겼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2009년 뒤늦게 등단이라는 과정을 거친 것도 김영승 시인의 조언 때문이었다.
70 나이에 생애 첫 시집과 수필집을 냈지만, 솔직히 부끄러운 마음뿐 특별한 소감은 없다고 했다. 이미 작가가 아닌 역자로서 철학과 소설 등을 번역한 책이 2권이나 있다. 김원옥 작가는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김원옥 시인은 “그저 시를 쓰고 싶을 때 쓸 뿐, 아직 작가로서의 특별한 계획을 세워두지는 못했다”면서도 “책을 내고 독자에게 말을 걸었으니, 독자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이 상처를 내는 말이어도 좋고, 가슴을 할퀴는 이야기나 시비를 거는 것도 상관없어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메일(wonokim@naver.com) 기다립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