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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2시10분께 중국 '둥팡즈싱' 여객선 침몰 현장. 구조대원들이 선체를 절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젠리현<후베이성>=연합뉴스 |
4일 오전 5시30분. 최악의 선박사고가 발생한 중국 후베이(湖北)성 젠리(監利)현 양쯔(揚子)강변에서 30대 여성 예(葉)모 씨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참으며 이렇게 호소했다.
난징(南京)에 사는 그녀는 지난 2일 젠리현에 도착했다. 애타는 마음에 이틀간 잠도 제대로 못 자며 계속 구조현장 접근을 시도했지만, 당국의 불허로 아직까지 침몰선박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다.
예 씨는 "어제도 구조현장으로 갈 수 있는 온갖 길목을 헤맸다"며 "그러나 강물밖에는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금방이라고 벗겨져나갈 것 같은 작은 슬리퍼를 신은 채 위태로운 방둑길을 한 시간이 넘게 걸어갔다. 가지고 온 신발은 이미 다 젖어버렸다고 했다.
예 씨는 한국에서 온 기자라는 설명에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결국 몇 명이나 구조됐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여객선 '둥팡즈싱'(東方之星·동방의 별)이 침몰한 지점은 젠리현 현소재지에서도 수십㎞ 떨어져 있다.
중국당국은 사고현장에서 약 14∼15㎞ 떨어진 지점부터 일반차량의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현장으로 연결되는 진입로는 하나뿐이며 특히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차량 한 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비포장 제방길이어서 현장 접근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당국은 가족들이 탑승한 전세버스에 대해 포장도로 구간이 끝나는 지점까지 진입하는 것을 허용했지만, 이곳에서 현장까지 가려면 제방길을 따라 약 1시간30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이 길은 며칠 동안 계속 쏟아진 비로 엉망이 돼 있었고, 특히 길목 곳곳에 배치된 군경 병력이 가족과 내외신 기자들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했다.
통제선 밖에서 구조업무를 지원하는 한 인민해방군 소속 군인은 "나도 마음대로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통제가 매우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사흘째로 접어든 구조작업은 이른 새벽부터 쏟아진 비 때문에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유일한 접근통로인 제방길 곳곳이 유실됐고 강물은 많이 불어나 있었다.
양쯔강 전체를 덮은 자욱한 안개도 구조작업을 방해했다.
기자는 군경 병력에 양해를 구해 사고 현장에서 1㎞ 정도 떨어진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지만 짙은 안개에 휩싸인 대형 해상 크레인의 모습만 어렴풋하게 관측할 수 있었다.
희망은 점차 절망으로 변해가는 분위기다.
현장에서 구조작전에 투입된 인민해방군 소속 군인은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사실상 생존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승객 가족들은 지역별로 대표단을 꾸려 속속 젠리현에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개별적인 현장 접근이 차단되자 단체로 당국에 접근 허용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젠리현<후베이성 징저우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