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인은 물론 직계가족까지 찾지 않아
대학생 표본설문… 29%만 “가본적 있다”
국립묘지는 대한민국 현대사가 응축된 역사교실이다. 일제시대를 거쳐 한국전쟁, 4·19, 5·18 민주화운동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던진 영혼들의 엄숙한 도열은 대한민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웅변한다.
국난 극복의 영감이 충만한 곳, 모든 갈등을 소멸시키는 민족 공동체 의식의 발원이다. 하지만 현실의 국립묘지는 해원과 상생의 상징과 거리가 멀다.
이희완 소령은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계가족들조차 찾지 않는 황량한 곳이 됐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이 안식을 취하는 곳이다. 지금보다 가치 있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만난 한국전쟁 전사자 유가족은 자식도 없이 조국을 위해 전사한 삼촌의 묘를 찾아 “우리 가족들마저 삼촌을 잊어가고 있다. 국가와 사회는 이미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조상이 있다는 것을 잊은 것 같다”고 한탄했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다. 역사의 해석은 각각일 수 있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령 앞에서 대의를 모으지 못하는 우리는 너무나 부끄러운 후손은 아닌가.
■산 자들의 당쟁에 수난받는 국립묘지
= 청산되지 않은 과거에 대한 앙금은 국립묘지를 수십년 째 괴롭히고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산 자들의 갈등은 봉합되지 못하고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5·18민주묘지는 수난받는 국립묘지의 대표격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두고 정치권의 논란이 벌어졌다.
1997년 5·18 민주화운동이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2008년까지 행사에서 기념곡으로 불리던 이 노래는 정부 공식행사에 애국가 대신 부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보훈, 안보단체들의 반대로 8년째 정부와 정치권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9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서울 동작동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야당의 수장으로 선출된 후 첫 행보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차례로 참배한 것.
야당 지도부가 당선 인사로 이 두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 그의 행보는 비상한 관심과 함께 그 해석을 두고 논란을 빚었다. 급기야 야당 인사들조차 “이승만 박정희 묘소 참배로 대한민국이 바뀌겠냐”며 비아냥댔고 “박정희 시대에 대한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국립묘지는 갈등의 현장?
= 현재 정부에서 공식 지정하고 관리하는 국립묘지는 총 8곳. 국립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 4·19민주묘지, 3·15민주묘지, 5·18민주묘지와 함께 국립영천호국원, 임실호국원, 이천호국원 등이다.
우리는 국립묘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난달 29일 경기도내 대학생 50명을 대상으로 표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곳의 국립묘지 중 알고 있는 국립묘지 수가 2곳 이하인 응답자가 전체의 95.4%에 달했다.
국립묘지를 실제로 방문해 본 학생도 전체의 29%에 불과했다. 방문의 이유도 대부분 초·중·고등학교 시절 단체 견학이나 봉사활동 성적을 받기 위해 방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국립묘지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는 질문에서도 학생들 상당수가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사회가 국립묘지를 바라보는 시선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3.7%가 ‘관심이 없다’ ‘정치적인 장소로 전락했다’등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또한 국립묘지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서는 ‘정치적인 장소가 아닌 참배의 장소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국립묘지에 대한 충분한 홍보와 젊은 층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로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 장소로 변해야 한다’는 등의 희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지영·유은총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