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부산 유괴실화… 실적혈안 형사들 주객전도된 사회 비판
긴박감·영상미 대신 보통사람들 특별한 이야기로 ‘차별화’ 재미


감독 : 곽경택
출연배우 : 김윤석, 유해진, 송영창, 장영란
개봉일 : 6월 18일
108분/15세 관람가/드라마, 범죄

영화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발생했던 ‘정효주 양 유괴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범죄수사물이다. 하지만 ‘범죄영화의 꽃’이라 불리는 긴박한 사건전개와 화려한 액션 신을 찾아볼 수 없다.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스토리를 끌어간다.

범죄영화가 이렇게 밋밋해도 되나 의문이 들지만, 형사 공길용(김윤석)과 점쟁이 김중산(유해진)이 유괴된 아이의 생존을 위해 세상의 부조리와 치열하게 맞서는 장면은 액션 이상의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영화를 제작한 곽경택 감독은 다른 듯 닮아 있는 두 캐릭터를 통해 ‘자식 가진 애비(父) 향’ 짙은 드라마를 스크린에 펼친다. 곽 감독은 전작 ‘친구’와 ‘통증’에서 투박하지만, 체온이 담긴 영화를 선보였다. 이번 영화에서도 곽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을 담아냈다.

영화는 실제 사건의 극화에 머물지 않고 인정이 메말라 버린 한국사회를 꼬집고 있다. 아이의 생사보다는 범인 검거 실적에 혈안인 형사들을 통해 주객이 전도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주인공 공길용은 그들을 향해 “네 아이라도 그따위로 수사할 거냐”라는 고함으로 깊은 울림을 던진다. ‘무엇이 어떻든 사람이 먼저다’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지난 8일 언론시사회에서 곽 감독은 “실제 두 주인공은 평생 어느 곳에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두 분이 당시를 회상하며 눈가가 촉촉해 지는 것을 보고 영화로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했다”며 영화 제작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1986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2003)이나 1988년 지강헌 탈옥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긴 ‘홀리데이’(2005)처럼 긴박감이나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주진 않지만, 영화 속 어수룩한 수사과정을 통해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재미와 함께 평범 속의 특별함을 그려내고 있다.

/유은총기자 yooec86@kyeongin.com · 사진/(주)영화인 제공·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