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지 vs 중국인 민낯 ‘다른 풍경’
요우커 관심·제노포비아 해결… 과제로

익숙한 음식 새로운 공간 색다른 시간… 인천 차이나타운
낯선 음식과 언어 이방인의 풍경… 수원 안산 중국인 거리
두 개의 차이나, 두 개의 타운

#11일 오후 1시 인천 차이나타운. 좁은 골목 양쪽으로 높게 솟은 붉은색 건물들이 빽빽했다. 공화춘, 자금성 등 어디선가 한번쯤 봤음직한 중화요릿집 간판들이 시선을 끌었다. 삼국지 속 인물들이 그려진 벽화 앞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가족·연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메르스 공포 속에서도 식당마다 짜장면과 탕수육으로 점심식사를 하려는 발길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거리에서 중국어는 잘 들리지 않았다. 대학생 강모(25)씨는 “이색적인 풍경이 신기하고 짜장면도 맛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많아 중국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10시 수원 고등동 갓매산삼거리. 어둠이 내린 도로 양 옆으로 羊肉串(양꼬치), 中國食品(중국식품) 등이 적힌 간판들이 붉은 빛을 뿜어냈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중국어로 대화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양꼬치 식당은 쉽게 눈에 띄었지만 짜장면을 파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양꼬치 집 테이블 위에는 칭따오 맥주와 소주 병이 함께 어우러졌다. “이곳 중국인들은 양꼬치에 주로 맥주를, 한국 사람들은 소주를 찾는다”는게 상인의 귀띔이다. “양꼬치가 예전보다는 대중화돼 주말에는 한국인들도 오지만 평일엔 대부분 중국인 손님들”이란다.

붉은색 건물에 한자 간판. 겉모습은 얼핏 비슷하지만 한 쪽 마을(town)엔 짜장면, 다른 마을엔 양꼬치가 있다. ‘중국에는 없는’ 짜장면이 중화요리의 대명사격으로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면, 중국 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인 양꼬치는 아직 한국인들에게 다소 ‘낯선’ 음식이다.

두 개의 차이나타운은 마을을 대표하는 음식들과 어쩐지 닮은 모습이다. 청나라 말 터를 옮겨온 화교들의 음식점 몇 곳에서 시작한 인천 차이나타운이 지자체의 손을 거쳐 한국인들의 관광지로 거듭난 곳이라면, 수원 고등동은 코리안드림을 품은 중국인들의 생활이 날 것 그대로 묻어있어 한국인들은 발 들이기 머뭇거리는 ‘그들만의 공간’이다.

한국 속 두 개의 중국은 서로 다른 매력이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선 익숙한 음식을 새로운 공간에서 맛보며 가족·연인·친구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수원·안산 등의 중국인 거리에선 낯선 음식과 언어 사이에서 잠시나마 이방인이 된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과제도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요우커 1천만 시대를 앞둔 지금 화교는 줄고 중국 관광객을 사로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고등동 등의 중국인 거리는 외국인 범죄가 이슈화될 때마다 한국인들의 발길이 뚝 끊기곤 했다.

지난 1일 한·중 FTA 정식 서명으로 한·중 관계엔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신흥부국’ 중국을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정작 우리 안의 중국은 들여다보지 못했다. 두 개의 차이나, 두 개의 타운을 조명하는 이유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