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확실하고 자극적인 소문들, SNS 타고 전파
美 에볼라 환자·병원 공개 ‘초기대응’ 대조적
“국민 통제 불가…제대로 된 사실 발표해야”
루머=I(importance:중요성)×A(ambiguity:모호성)
미국의 심리학자인 고든 앨포트와 레오 포스트맨이 만든 괴담의 공식이다. 그들은 ‘루머(괴담)의 강도는 정보의 중요성과 상황의 불확실성의 곱에 비례한다’고 주장했다.
#괴담은 어떻게 전파되는가
광우병 사태, 천안함 침몰, 세월호 참사 등 국가적인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괴담’은 전 국민 사이로 퍼져나갔다.
특히 SNS 사용이 더욱 활발해지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부터 괴담이 확산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SNS에 올리면 이것을 많은 사람들이 재가공하면서 구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괴담의 전파 과정을 바로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다. 당시 괴담의 전파 과정은 다음과 같다.
정부, 미국과 소고기 시장 완전 개방 협상 타결 → MBC ‘PD 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방영 → ‘미친소 닷넷’ 등 인터넷 커뮤니티 중심으로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인간 광우병에 걸려 뇌에 구멍이 뚫린다’는 괴담 확산 → 광우병 반대 촛불 집회
이처럼 괴담이 퍼지고, 국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정부는 30개월 미만 소고기의 교역과 생산·유통과정을 통제하는 규제조처의 도입을 결정하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시민들의 신뢰를 상실한 뒤였기 때문에 거짓처럼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발 없는 괴담은 ‘SNS’를 타고…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홍주현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트위터를 통한 루머의 확산 과정 연구’에 따르면 괴담과 관련된 메시지 중에서 자극성이 높을 경우 더 많이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지난 2011년 한미 FTA 협상 체결 이후, 2주 동안 트위터에 올라온 관련 메시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FTA가 체결되면 맹장 수술 비용에만 4천만 원이 들고, 의료 수가가 폭등할 것이다’는 괴담이 전체의 67.5%를 차지했다.
반면, ‘의료분야는 FTA에서 제외된다’, ‘헛소문에 대한 외교부 반박’ 등 괴담에 대한 정부 해명은 6.5%에 불과했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 괴담이 신빙성을 얻었기 때문에 정부의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나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에서도 괴담은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퍼졌다.
정부에서 이를 괴담으로 규정하고, 유언비어 유포자를 엄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SNS 상에서 기정사실화 됐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다.
천안함 사태 때는 ‘천안함은 미군 핵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다’는 괴담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었고,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에는 ‘세월호 참사 조작설’, ‘국정원 세월호 실소유주 설’, ‘유병언 생존설’ 등의 괴담이 사실인 것처럼 SNS를 돌아다녔다.
올해 메르스 사태에서도 ‘정부에서 환자의 수를 속이고 있다’·‘메르스의 전파력이 강해 일반 마스크로는 감염을 막을 수 없다’·‘실제 치사율은 90%가 넘는다’는 괴담이 퍼지고 있다.
정부가 초기에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국민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고, 이후 정부가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퍼진 괴담을 막을 수 없었다.

지난해 ‘죽음의 바이러스’로 불리는 에볼라 확진 환자가 잇따라 발생한 미국도 초기에는 ‘이민자나 테러리스트가 멕시코 국경을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를 반입해 미국인을 몰살하려 한다’는 식의 각종 괴담이 기승을 부렸다.
언론은 ‘피어볼라’(에볼라 공포)라는 신어까지 사용하며 연일 보도에 나섰고, 시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미국 정부의 판단은 우리와는 사뭇 달랐다.
에볼라 환자가 발생하자마자 해당 환자의 이름과 병원을 즉각 공개했고, 환자와 접촉한 가족과 주변인들에 대해서는 즉시 격리 조치를 취하는 초동 대응에 주력했다. 이어 환자가 추가될 때마다 환자명과 감염경로, 환자가 치료받는 병원 등을 낱낱이 알려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에볼라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댈러스 병원 간호사 2명, 이들을 치료한 간호사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포옹하고 키스까지 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두려움 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을 때, 많은 국민들이 광우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되풀이했다.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노진철 교수는 ‘2008년 촛불집회를 통해 본 광우병 공포와 무지의 위험소통’이란 논문에서 ‘광우병 위험의 긴장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정부, 여당, 보수언론에 의한 광우병 무지 여론의 무시와 좌파, 반미·반정부 등 이데올로기적인 상징 통제는 정치체계에 대한 신뢰를 상실케 했다’고 평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도 마찬가지다. 병원 공개를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정부는 소통과 불신으로 일관했다.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 학과 백승국 교수는 “국민들 대부분이 SNS를 사용하는 요즘 시기에 정부가 완벽히 정보를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국민들은 SNS상에 떠도는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갖고 담론화하고 있지만 정부가 제대로 된 발표를 하지 않으면 불안감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제대로 된 정보를 사전에 발표하고, 국민들의 심리적인 공포감을 해소해줘야 유언비어에 국민들이 흔들리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