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의회가 28일(현지시간) 정부가 상정한 구제금융 협상안을 내달 5일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건을 통과시킨 가운데, 이날 야니스 바루파키스(오른쪽) 재무장관이 의회에서 연립정부 다수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의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리스가 채권단이 제안한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결정하면서 유럽 대륙이 뒤흔들리고 있다.

사실상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해지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하나로 묶였던 유럽이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그리스의 디폴트와 그렉시트 우려로 남부·동부 유럽 국가들의 부도위험도 커지면서 유럽은 커다란 위기에 빠져들게 됐다.

그리스의회는 28일(현지시간) 정부가 상정한 구제금융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따라 그리스는 채권단이 지난 25일 제안한 협상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내달 5일 시행해 게 된다.

의회의 표결에 앞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연설을 통해 "채권단의 긴축 압박은 그리스를 느린 죽음으로 이끌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국민투표 실시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는 굴복하지 않겠다"며 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 프로그램 5개월 연장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처럼 그리스가 채권단의 제안을 거절하고 국민투표를 실시키로 함에 따라, 그리스의 디폴트가 눈앞에 다가오게 됐다.

아울러 그렉시트가 현실화 될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포렉시트(포르투갈의 유로존 탈퇴)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는 정치·경제적으로 통합된 유럽의 분열·해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브렉시트 문제는 지난달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예상 외의 압승을 거두면서 이미 불거졌다.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EU 회원국들과 EU 협약 개정 협상에 나선 뒤 이를 토대로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의 국민투표는 아직 2년여의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리스가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경우 브렉시트 우려는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유럽국가들 역시 영국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스페인 지방선거에서는 좌파정당 '포데모스' 등이 참여한 좌파 연합이 주요 도시 의회를 장악했다. 좌파 연합은 2011년 스페인 정부의 긴축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이끈 지도자들이 모여 만든 세력이다.

오는 9∼10월 총선이 예정된 포르투갈 역시 여론조사에서 긴축에 반대하고 세금감면·임금인상을 주장하는 사회당이 앞서고 있다. 포르투갈 총선에서 사회당이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 정부처럼 긴축을 포기하고 구제금융 채권단과의 재정개혁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구제금융 중단과 포렉시트로 이어질 수 있다.

이같은 브렉시트·포렉시트 우려 뿐 아니라, 그리스 사태의 여파로 남부와 동유럽 국가들의 금융시장까지 흔들리면서 유럽은 '도미노 위기'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위기는 유로존 국가들이 단일 통화로 묶여있는 탓에 물가, 금리, 환율 등의 정책을 자국 경제상황에 맞게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 그리스 사태가 봉합되더라도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도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그리스발(發) 악재가 현실화 되고 확산될 경우 세계 금융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해 글로벌 경제에 예상을 뛰어넘는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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