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품 있는 옥상정원도 인근 지형 고려
건축가협회 ‘2013 건축 베스트 7’ 선정
박관장 트리플하우스와 절묘한 대칭 눈길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으며,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2005년 11월 설계를 위해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의 한 부지를 방문했다. 이듬해 5월 스케치가 완성됐으며, 2008년 7월 착공한 한솔뮤지엄은 2013년 5월 문을 연다(2014년 3월 ‘뮤지엄 산’으로 개명).
공간(Space)과 예술(Art), 자연(Nature)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한 뮤지엄 산(SAN)은 개관 2년 차인 지난 한해 동안 유료 관람객 10만1천362명이 다녀갔다. 계절별로 다른 풍경을 빚어내는 자연과 어우러진 ‘뮤지엄 산’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서 관람객들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6월 중순 찾은 ‘해든뮤지움’의 입구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경사면에 면해 있었다. 입구 역시 완만한 산세를 거스르지 않고, 경사면을 따라 미술관으로 이끈다. 미술관은 자연의 품에 몸을 맡긴 형태이다. 자신의 몸을 세우지 않고 한껏 낮춰 자연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해든뮤지움은 박춘순 관장의 주말 하우스인 ‘트리플 하우스’(2007년 건립)와 맞닿아 있다. 산에서 바다 방향으로 내려봤을 때 트리플 하우스 아래쪽에 미술관이 자리했다.
세 동의 건물로 이뤄진 트리플 하우스를 아래쪽으로 뒤엎은 형태가 해든뮤지움이다. 그 결과 세 덩어리의 트리플 하우스가 물 위에 비친 그림자와 같이 대칭을 이루며 땅 속에 담겼다. 근대 회화에서 사용된 한 방법인 테칼코마니를 떠올리면 된다.
세 공간을 유기적으로 얽은 전시공간은 관객들에게 보다 많은 상념을 제공한다.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가슴이 열리고 시야가 넓어지는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오픈된 세 공간들은 각각의 자연광을 만든다. 실질적으로 지하이지만, 갈수록 들어오는 빛의 양을 늘려 더 큰 공간을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건축이 진정 고려하는 것은 그 안에 들어와 공간을 이용할 ‘사람’임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건물을 빠져 나오면 거대한 조형 작품이 자리한 미술관의 옥상 정원이 펼쳐진다. 옥상이지만, 트리플 하우스의 마당과 맞닿아 있는 등 인근 지형과 어우러진다.
해든뮤지움은 한국건축가협회가 수여하는 2013년 ‘올해의 건축 베스트 7’상을 받았다.
배 대표는 “미술관의 속성은 유지하면서 자연 파괴 없이 주변 환경에 순응하는 건물 설계에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든뮤지움은 트리플 하우스와 뗄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설계도를 가리키며) 보시다시피 두 곳은 반으로 접으면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트리플 하우스가 ‘양’이며 해든뮤지움은 ‘음’이 되는 형태로, 미술관은 땅 속에 숨어서 트리플 하우스의 시선을 보존하게 됩니다.”
전시 공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땅(자연)의 형태 그대로가 건축을 지원했으며, 자연 채광을 고려해 해든뮤지엄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박춘순 관장님과 지속적으로 만남을 갖고 건물과 공간에 대한 조언도 하고 있다”면서 “해든뮤지움을 찾는 관객들이 건축 공간과 미술품들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해든뮤지움 건축개요
위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장흥리 211의 5
용도 :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 1천784.0㎡
연면적 : 1천525.49㎡
규모 : 지하2층, 지상1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주요마감 : 은경, 석재
설계 및 시공 : 2011년 3월 ~ 2012년 12월
■배대용 B&A건축사무소 대표는
국내외에서 진행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통해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자연에 관한 소탈한 감성을 직관적인 통찰력으로 형상화 시키고 있으며, 감성이 살아있는 공간과 자연이 드리운 철학을 바탕으로 2000년 ‘지워나가기 그리고 투명해지기’(디자인프레스 刊)를 출간했다.
/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