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밀수 운동화 1만켤레 재활용
몽골 저소득층 기증과정 참여 ‘보람’


“위조된 운동화가 몽골의 저소득층에 기증되는 일련의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것에 대해 뜻깊게 생각합니다.”

김범준(48) 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계장은 최근 위조된 운동화 1만여 켤레를 몽골에 기증하게 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관세청, 인천세관,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등은 지난 달 23일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의 운동화 나눔축제’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지난 2013년 인천항으로 밀반입을 시도하다 적발한 운동화 1만290 켤레를 인천세관이 몽골의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개최됐다. 김 계장은 이번 행사에서 사용된 위조된 운동화 1만여 켤레의 적발과 압수, 직물 스티커를 이용한 재활용, 몽골에 기증 등 모든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매년 세관에서 적발하는 위조 상품들의 경우, 대부분 소각 등을 통해 폐기해야 하는 터라 예산이 사용되고, 공해물질이 발생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있어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이번에 몰수한 운동화는 상표권자가 기부 등을 할 수 있게 동의를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이 운동화의 기존 상표권을 가진 업체를 찾아가 이번 행사의 목적을 설명하고 설득했다. 이에 해당 업체는 위조된 상품의 상표를 완벽하게 제거하고, 이를 국내가 아닌 해외에 기증한다는 조건 하에 허가를 했다.

그는 “처음에는 운동화에 있는 상표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운동화의 훼손 등을 우려, 직물 스티커를 상표 위에 붙인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열린 행사에는 일반시민, 청소년, 관세청 직원 등이 참여해 압수된 운동화에 각자 그림을 그려 새롭게 디자인했다.

또 압수된 운동화의 일부는 디자인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요청, 다양한 디자인의 운동화로 탈바꿈시켰다. 이렇게 시민들의 손으로 재활용된 희망의 운동화 1만여 켤레는 몽골의 울란바토르 외곽 등에서 거주하고 있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전달됐다.

김 계장은 “이런 과정이 시스템화된다면 압수된 위조 제품들을 다양하게 재활용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각 상표권자들이 위조된 상품이라도 유통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위조상품을 유통하려는 세력이 없어지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를 재활용해 기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 계장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6월의 인천세관인으로 선정됐다.

/신상윤기자 ss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