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촬영 장비로 담아낸 ‘풍요로운 바닷속 진풍경’
잔잔히 파도치며 밀려오는 바다 위에 섰다.
바닷바람은 경기만의 향기를 실어 나르고,
갯벌에는 조개잡이로 아낙네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바다와 섬,갯벌이 어우러진 이곳을 경기만이라 부른다.
경기만은 인천과 경기 서쪽 한강의 하구를 중심으로 북쪽의 장산곶과 남쪽의 태안반도 사이에 있는 반원형의 만으로 다도해를 형성하고 있다. 화성시와 평택시, 안산시, 시흥시를 거슬러 인천 앞바다까지 528㎞에 달하는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오전 11시 수중촬영 장비를 동원해 경기만의 해저 속을 들여다봤다. 40여분에 걸쳐 촬영된 영상은 ‘어족자원의 보고’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물살을 헤치고 들어가 만난 해저에는 각종 조개껍데기와 해초가 먼지에 쌓인 듯 자리하고 있었다. 기나 긴 세월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듯했다. 바닥에 붙은 불가사리는 화려한 색을 뽐내고 있었고, 인적을 느낀 물고기는 빠르게 헤엄쳐 달아났다.
그렇게 해저를 둘러본 지 1분 만에 몸집의 반을 바닥에 감춘 우람한 키조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천적에게 걸리지 않으려 해초로 위장한 듯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이 키조개의 발견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앞으로 헤엄쳐 갈 때마다 곳곳에서 키조개들이 발견됐다. 크기는 시중에서 보던 키조개보다 1.5~2배 정도 컸다.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더 먼 바다로 나가자 바닷속에 마련된 인공어초의 모습이 보였다. 이곳에는 광어와 우럭, 꽃게 등 다양한 어종이 유유히 헤엄쳐 다녔고, 그 주변에는 어른 손바닥만한 소라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남쪽에서는 500원짜리 동전만 한 구멍 수백 개가 나타났다. 일명 ‘대합’으로 불리는 개조개들의 집단 서식지가 발견된 것이다.
다시 5분가량 이동해 도착한 해저에서는 대형 해삼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마치 가시 돋친 듯 오돌토돌 나온 돌기를 세우고 바닥에 엎드린 해삼의 모습은 얼핏 봐도 어른 손바닥 두 개 크기였다. 인근 바닥에는 미역과 다시마 등 다양한 해초류가 자라나 바닷속 생태계를 유지했다.
김호연 한국자율관리어업연합회장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해초류가 자라나면서 경기만 일대는 소라와 키조개 등 다양한 어패류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상태”라며 “일부 지역에서는 커다란 전복이 다량 발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기만은 시나브로 수많은 어족자원이 보석처럼 자라나고 있다. 바다에서 나고 자란 어민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보석처럼 빛나는 경기만을 다시 봐야 할 때’라고.
/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