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인 강제노역 인정.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중 하나인 하시마(端島) 전경. 일명 '군함도'로 불리는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이 강제 노동을 했던 해저 탄광이 있다. /연합뉴스

일본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유산'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됐다.

우리 정부가 강하게 요구해온 '조선인 강제노역' 부분은 주석의 형태로 결정문에 반영됐다.

독일 본에서 열리고 있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이 신청한 23개 근대산업시설에 대해 5일(현지시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최종 결정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시설 가운데 일부에 조선인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을 놓고 마찰을 빚어온 한국과 일본은 이날 막판에 합의를 이뤘다.

이에따라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전체 21세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의 만장일치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안이 통과됐다.

우리나라가 요구해온 '조선인 강제노역'은 일본 정부 대표단의 발언록과 주석(註釋)을 연계시키는 방법을 통해 등재 결정문에 반영됐다.

이에따라 일본 정부 대표단은 이날 등재 결정 직전에 위원국을 상대로 한 발언에서 "일본은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노역을 당했다"고 밝혔고, 등재 결정문에는 각주를 통해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의 발표를 주목한다(take note)"고 명시했다.

결국 '조선인 강제노역' 부분은 결정문의 본문에 들어가지는 못했고, 일본 대표단의 발언록을 각주와 연계하는 '우회적인 방식'을 통해 반영됐다.

일본은 또 이날 발언을 통해 "정보센터 설립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석전략에 포함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일본이 근대산업시설에서의 강제노역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를 약속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강제노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있는 그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우리의 원칙과 입장을 관철시켰으며, 그 과정에서 한일 양국 간 극한 대립을 피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냄으로써 앞으로 양국관계의 안정적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양국이 마찰을 빚어온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의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가 이처럼 매듭지어 짐으로써 지난달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시작된 양국간의 대화분위기가 관계개선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은 규슈와 야마구치 지역 8개 현 11개 시에 있는 총 23개 시설이다. 하시마(端島) 탄광을 비롯한 7곳에 5만7천900명의 조선인이 강제동원됐고 그중 94명이 강제동원 중에 사망해 조선인 강제징용의 한이 서려 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