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남편에 ‘간 70% 이식’ 수술 성공
신장 기능부전을 앓고 있는 어머니에게 신장을 기증한 여성이 이번엔 간암으로 투병하는 남편을 위해 간 이식 수술을 받아 감동을 주고 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원장·이철희)은 포천시에 거주하는 신정아(43·여)씨가 최근 남편에게 간을 이식하고 회복 중이라고 8일 밝혔다.
미담의 주인공인 신씨는 8년 전 고혈압과 갑상선질환을 앓다가 유행성출혈열 합병증으로 신장 기능부전이 생겨 신장이식이 필요한 어머니에게 선뜻 신장을 기증했다. 이후 건강하게 지낸 신씨는 지난 2013년 가을 남편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위궤양으로 쓰러지면서 시련을 겪게 됐다.
남편의 위궤양 증상은 호전되어 갔지만 평소 앓고 있던 B형 간염이 악화돼 간을 이식받아야 했다. 이에 신씨는 남편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하겠다는 힘든 결정을 하게 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신씨가 신장을 기증한 경험이 있고, 간 70%를 떼어내는 수술이라 난색을 표했지만 신씨의 의지가 강해 결국 수술을 하게 됐다.
간 이식 수술은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간 이식팀 한호성(암·뇌신경진료부원장) 교수와 조재영· 최영록 교수가 맡았으며 기증자 수술 4시간과 수혜자 수술 6시간에 걸친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신씨 부부는 현재 퇴원 후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신씨는 “짧은 시간 안에 진단과 수술, 회복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돌봐준 의료진과 간호사에게 감사하다”며 “장기이식은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인만큼 생명을 살리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호성 교수는 “이식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여자의 안전성인데 이미 신장이 하나 밖에 없는 공여자라 더 세심한 준비와 노력을 했다. 남은 치료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신씨의 결단은 점점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가족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한 좋은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분당서울대병원은 간이식 공여자에 대한 복강경 간 절제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한 바 있다.
성남/김규식·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