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졸업식·결혼 같이 특별한 날
카메라 빌려서 촬영하던 1980년대
짜장면 값 10배 불구 없어서 못 써
동네마다 3~4곳씩 달하던 사진관
수십년된 단골들만 드문드문 발길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빌리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가정은 많지 않았다.

특별한 날 찍는 것이 사진이었다. 사람들은 졸업, 소풍, 여행, 결혼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집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집은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빌렸다. 당시 카메라를 하루 동안 빌리는 가격은 5천원이었다. 짜장면 한 그릇에 500원 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카메라를 빌리기 위해서 사진관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사진관들은 수십 대의 대여용 카메라를 가지고 손님들을 맞이했다. 사진관은 카메라를 빌려주고, 손님이 찍어온 사진을 인화해 주면서 수입을 올렸다.

손님들은 각 사진에 나온 사람의 수만큼 사진을 인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48번 촬영할 수 있는 필름이 들어간 카메라를 빌려도, 인화하는 것은 수백 장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당시 가장 손님이 많았을 때는 각 학교의 ‘소풍철’이었다. 학생들은 친구들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관을 찾았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카메라를 빌리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학생들도 많았다.

사람들은 특별한 날 찍은 사진을 앨범이나 액자에 보관했다. 종종 앨범을 펼쳐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이때는 동네마다 사진관이 3~4곳씩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카메라를 빌려주는 사진관은 없다.

다만 여권사진이나 가족사진을 촬영해 주는 사진관이 몇 곳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전문스튜디오’가 생겨서 ‘사진관’이라는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예전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인천지역 사진관을 찾았다.

인천시 중구 동인천역 인근에 있는 ‘성신카메라’는 인천에서 오래된 사진관 중 한 곳이다.

성신카메라 이준석 사장은 1970년 6월 동인천역 앞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인천에서 가장 비싼 동네에 문을 열었고,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하루에 1천 통이 넘는 필름을 판매하기도 했으며, 200통의 필름을 하루에 현상한 날도 있었다.

성신카메라 진열대에는 최근 제품부터 30~40년 전의 카메라까지 100여 대가 진열돼 있다. 이 장소가 경험한 시간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이제 성신카메라를 찾는 손님들은 뜸하다.

30년 이상 된 필름 카메라의 수리를 맡기러 오거나 증명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관을 찾는 손님이 간혹 있을 뿐이다. 일부는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는 사진을 인화하기 위해 사진관을 찾기도 한다.

이준석 사장은 80년대 대여용 카메라였던 ‘올림푸스 E-3’를 보여주며 “예전에는 50대가 넘었지만 지금은 1대 가지고 있을 뿐”이라며 “지금 팔면 5천원에서 1만원밖에 안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주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아직 필름을 현상·인화하는 작업을 한다. 수십 년 된 필름 카메라 수리도 하고 있다. 부품이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중고 카메라를 구입해서 필요한 부품만을 빼서 고치기도 한다.

이준석 사장은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오는 분들은 수십 년 동안 단골이었던 분들이 많다”며 “예전 모습을 기억하고 찾는 분들이 있어서 영업은 하고 있지만, 수익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시 동구 송림동 동명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현대사진관’은 영업을 시작한 지 40년이 됐다. 사진관에 걸려 있는 액자는 20~30년은 족히 돼 보였다. 아직까지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현대사진관을 운영하는 송선숙(71·여)씨는 결혼하면서 남편과 함께 사진관을 운영했다. 80년대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오전 8시에 나와서 밤 10시까지 일했다. 쉬는 날도 거의 없었다. 수천만원을 주고 현상기를 들여놓기도 했다. 그만큼 사진관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은 점점 줄었다. 결국 현상기는 쓸모가 없어졌고 고물상으로 넘겼다. 가끔 필름 현상을 원하는 손님이 찾아오면 다른 상점으로 안내한다.

송선숙 씨는 “가끔 우리 가게에서 필름을 사 가고 카메라를 빌렸던 학생들이 이제는 결혼해서 가끔 아이의 학생증 사진을 찍으러 오기도 한다”며 “그럴 때면 뿌듯하기도 하고 예전 생각이 난다. 하지만 여기서 몇 년 더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 씨는 예전 사진 한장 한장을 기다리고 소중히 여기던 시절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사진을 찍어서 바로 확인한 뒤 지우기도 하고, 휴대전화를 바꾸면서 사진이 없어지기도 한다”며 “예전 사진은 지금처럼 다양하진 않았더라도 사람들의 추억과 마음이 묻어 있었다. 요즘 생각해 보면 그런 모습이 그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