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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
무료 라운딩 등 주변도움 줄이어
“市 대표로 소년체전 출전 목표”
인천에 왼손잡이 골프 꿈나무가 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빠가 일하는 골프 연습장으로 부리나케 달려오는 아이,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 못지않게 골프가 재미있다는 꼬마 숙녀 박정은(10·인천심곡초 4)의 이야기다.
“골프 빼고 좋아하는 거요? 줄넘기요! 저 줄넘기 잘해요. 그저께 상도 받아왔어요.” 박정은이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엉뚱하게도 아빠와의 줄넘기 시합이었다.
박정은의 골프 선생님이기도 한 아빠 박경태(43) 씨는 “정은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재미삼아 줄넘기 2단 뛰기 시합을 했는데, 나보다 더 많이 해 깜짝 놀랐다”며 “운동 신경이 있는 것을 보고 어려서부터 왼손잡이인 아이가 골프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채를 쥐어보게 했다”고 말했다.
박정은은 골프에 소질이 있었다. 처음 골프채를 쥐고 스윙을 하는 방법을 배운 지 3~4일 만에 볼을 70m가량 날렸다고 한다. 박씨는 “딸 자랑 같아 쑥스럽지만, 또래 아이치고는 힘이 꽤 있다”며 노트 한 권을 꺼내 보였다. 2012년 7월 28일 자로 시작하는 이 노트는 딸아이에게 골프 레슨을 하며 매일같이 기록한 일기장이었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왼손잡이 골퍼가 흔치 않다. 이 때문에 어디 가든 주목을 받기 마련이지만,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고된 일이기도 하다.
박씨는 “골프 연습장에도 왼손잡이를 위한 자리는 거의 없다”며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왼손잡이여도 골프를 칠 때는 오른손잡이가 되는 선수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천시골프협회 등의 배려로 인근 드림파크 골프장 9홀을 매주 2차례씩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박정은 등 인천의 골프 꿈나무들이 이렇게 라운딩을 하며 실전 감각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박정은은 “필드에 나갈 때 가장 신이 난다”며 “잘 쳤을 때는 나 자신한테 칭찬을 해주고 못 쳤을 때는 잘 치자고 다짐하면서 라운딩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박결(19·NH투자증권)도 태극마크가 새겨진 자신의 국가대표 골프가방을 박정은에게 선물했다. 박씨는 “박결 프로의 아버님과 친분이 있어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며 “박 프로는 직접 연습장까지 방문해 딸아이를 응원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박정은의 꿈은 유명한 골퍼가 되는 것이다. “김효주, 박결 언니처럼 정말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우선 6학년쯤에 인천 대표로 뽑혀 소년체전에 나가는 게 목표에요.”(웃음)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