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가뭄 재해 번갈아가며 흉작 ‘식량안보’ 위기
농업은 기후 등 자연 환경에 사실상 지배를 받는 산업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그 어느 때보다 가뭄이 심했던 탓에 농민들은 울상을 지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태풍의 영향권에 놓인 지금도 여전히 해갈에는 부족한 강수량을 보이고 있다.
15일 찾은 용인시 처인구의 한 농가. 이곳에서 55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유모(73)씨는 한숨을 내쉬며 논을 바라봤다. 지난해 이맘때까지만 해도 수심이 3m를 넘었던 주변 개울이 지금은 발목을 간신히 넘는 상태로, 이곳 농민들은 그야말로 ‘물부족’ 사태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지난 주말 제9호 태풍 찬홈의 영향권에 들게 됐지만, 불과 사나흘만에 다시 무더위가 시작됐다. 농민들은 이번에 내린 비도 해갈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씨는 “지난 5월말 모내기 이후 매일 같이 물을 끌어 올려 쓰고 있다”며 “양수기마저 고장 나 새로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천수(天水)에 의존하는 시대가 아닌데도 해도 너무한 가뭄”이라고 성토했다.
같은 시간 광주시 퇴촌면의 이모(62)씨도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이씨의 호박밭에 나온 잎사귀는 하얗게 시들어가고, 논에 심은 모는 타들어 가고 있었다.
이씨는 “마을 관로가 40여년 이상 돼 이마저 고장이 나 물을 대기도 어려웠다”며 “비가 한방울이라도 더 오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이렇다 보니 농가에서는 해마다 가뭄으로, 그 이후에는 곧바로 태풍을 맞아 흉년을 맞기 일쑤다. 그러나 문제는 기후의 영향이 농가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환경부 등에서는 지난 40년간 동·서·남해의 수온이 1℃ 가량 상승, 세계에서 수온 상승이 가장 빠른 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열대성 어종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사례는 물론 수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규제 등 국내·외 관련 규제들이 시행되면 산업 전반에 미칠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온 상승 등 기후 변화는 농작물 수확과 같은 식량안보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며 “기후 요소에만 의존하지 않고 농·어업, 산업 전반에 끼칠 영향을 다각도로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영훈기자 kyh@kyeongin.com ·사진/하태황·조재현기자 ha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