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의 한 지역에서 민원을 내세운 출처를 알 수 없는 청원서가 학교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23일 시흥시와 시흥시교육지원청, 시흥고등학교 등에 따르면 시흥고는 지난 10일 ‘시흥시 하중동~하상동 연결 고개 평지화에 대한 청원’이란 청원서를 학교운영위원회로부터 전달받아 지난 14일 학부모들에게 전달했다.

청원서의 주요 내용은 ‘하중동 등기소와 하상동을 연결하는 기존 도로는 최대 종단 경사로가 급경사로, 차량의 주행 안전이 확보되지 않아 안전사고 및 교통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적은 양의 눈이나 비에도 차량이 미끄러져 사망사고 및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동절기에는 차량 통행이 매우 힘든 지경이다. 이에 따라 고개의 평탄화 작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관계기관에 청원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와 관련 학교 측은 청원서를 학부모들에게 전달, 청원에 대한 동참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의 인적사항을 기재해 제출토록 했다. 그러나 청원서에 대한 출처가 허위로 확인됐다. 청원서 출처는 시흥고를 비롯해 이 일대 초·중학교가 포함된 교육공동체로 기재 돼 있으나 이런 모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하중동~하상동 고개의 경우 시가 이미 국비 30억원을 확보한 국·시비 사업이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시의 국비 확보에 대한 행정의 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누군가 청원서를 제작, 배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교육기관인 학교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청원서가 대량 살포된 점에 대해 수사 의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하중동 등기소 고개의 평탄화 사업은 시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국비까지 확보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느닷없이 출처도 없는 청원서가 만들어져 시에 민원을 제기해 사업을 해야 한다는 형식의 청원서가 무차별 배포됐다.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의 한 관계자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청원서가 학교에 전달됐다”며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배포를 중단했고, 출처는 모른다”고 해명했다.

시흥/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