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축제마다 관광객 ‘북적
일자리 등 지역경제 활성 도움
빙수시장 1500억원 규모 급성장
커피·호텔·편의점도 패권 경쟁


21C 얼음은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예술성을 지닌 작품이 되기도 하고, 축하의 의미를 담기도 하며, 돈벌이가 되기도 한다. 쓰임이 다양해진 것은 얼음의 역사가 시작된 100여 년 전보다 얻기 쉬워진 덕이 크다. 대형 얼음을 만들 수 있게 되고, 조각 기술이 발전하며 쓰임이 다양해진 것이다.

얼음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묘한 힘도 있다. 덕분에 시대 흐름에 영향받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대상이 됐다.

# 얼음, 문화와 예술이 되다

얼음은 국내 여러 지자체 축제를 통해 문화의 한 축이 됐다. 즐길거리, 볼거리, 먹거리를 두루 내놓을 수 있는 얼음이야말로 최상의 축제 아이템이다.

얼음은 특성상 겨울과 어울리는데, 우리나라 대표 겨울 도시인 강원도에만 얼음 관련 축제가 7개(6개 시·군)나 있다.

화천산천어축제는 매년 1월 초·중순께 시작되는데 그 시기 다녀가는 인원이 15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축제 기간에는 마스코트인 얼곰이(얼음 곰) 성이 세워지는데, ‘얼음과 눈의 도시’라는 화천시의 정체성을 쉽게 전달하고, 축제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데 한몫한다.

1997년 시작된 인제빙어축제는 특별한 얼음 축제다. 인위적으로 축제 환경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이 허락해 준 범위 내에서 치르는 행사다. 인제빙어축제는 소양댐 물이 불어서 인제까지 넘어와 이룬 호수가 얼어 이룬 빙판이 축제 현장이다.

인제의 찬 공기와 물이 만나면 25~30㎝ 두께의 얼음은 거뜬하게 언다는 게 축제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쉽게도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축제가 취소됐다. 자연이 허락한 선에서 행사를 열다 보니 생긴 상황이다.

인제군 관계자는 “인제빙어축제는 인제 지역에 많은 축복을 줬다. 특히 사람들이 인제를 기억하고,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지난해의 경우 74만2천명이 인제빙어축제를 찾아 약 500억 원을 소비하고 돌아간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 주민, 소양강댐 어부 등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얼음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감초, 얼음 조각은 어떨까.

얼음 조각은 그야말로 예술성이 함축된 하나의 작품이다. 영원할 수 없고, 언젠가 녹아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의 얼음 조각은 1980년 후반 올림픽을 치르며 붐을 이뤘다. 올림픽과 더불어 크고 작은 행사가 열렸고, 얼음 조각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 시기 얼음 조각 전문가들도 증가했다. 하지만 고된 노동, 불안정한 노동 환경 등으로 얼음 조각 전문가는 전국에 150여 명 안팎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얼음 조각을 사계절 볼 수 있는 곳도 생겼다. 2006년 생긴 아이스 갤러리(서울시 종로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얼음 전시관이다.

약 215㎡ 규모의 아이스 갤러리는 북극관, 아이스 펜션, 한옥마을, 7080관 등 6가지 주제 체험관으로 구성돼 있다. 365일 운영하는 아이스 갤러리는 상황에 따라 작품이 바뀌지만, 늘 100여 점의 얼음 조각을 볼 수 있다.

아이스 갤러리는 작품 앞에 울타리가 없고, 원한다면 직접 조각도 해 볼 수 있어 더 특별하다.


# 얼음, 경제가 되다

지난 6월, 제20회 전국 지역경제 활성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충청남도 청양 알프스 마을. 이곳은 얼음으로 먹거리 창출에 성공했다.

알프스 마을은 37세대 103명의 주민이 사는 산골 작은 마을이다. 칠갑산 바로 아래 자리 잡은 마을이라 겨울철에는 바람이 거세고, 해도 잘 들지 않아 농사도 짓기 어려웠다. 그 때문에 다른 곳보다 온도도 3~4℃ 낮아 살기 만만치 않은 마을로 꼽혔다.

상황이 바뀐 것은 마을의 자립성을 키우기 위해 직접 주민들이 나서면서부터다. 이들은 자연환경을 이용해 칠갑산 얼음 분수 축제를 기획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칠갑산 얼음 분수 축제는 얼음 분수 50점을 비롯해 얼음 동굴, 눈 조각 등을 전시하고 얼음 썰매, 얼음 봅슬레이 등 놀거리를 운영하는데 관람객 만족도가 높다.

칠갑산 얼음 분수 축제는 세계 조롱박 축제, 칠갑산 콩 축제 등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기준 25만 명이 이 마을을 다녀갔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컸는데, 상용직 15명과 일용직 5천190명의 채용이 이뤄졌다. 얼음이 곧 경제력이 된 사례는 식품산업에도 있다.

얼음으로 만든 먹거리 중 가장 맛있는 ‘빙수’는 경제계의 핫 한 아이템이 됐다.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한 빙수 시장은 1천500억 원 규모 시대를 열었다. 덕분에 아이템 빙수 브랜드 간 경쟁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천연 재료 사용을 내세운 곳, 우유를 얼려 갈아 만든 눈꽃 빙수를 개발한 곳 등 각 차별성도 분명하다. 빙수 수요 증가는 전문 빙수 업체뿐 아니라 커피전문점, 호텔, 제과점, 편의점까지 경쟁에 뛰어들게 했다.

가정용 제빙기도 판매가 늘어나며 돈 버는 아이템이 돼 여러 가전 전문 업체가 앞다퉈 제품을 만들고 있다. 소형 가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신일산업도 최근 미니 제빙기를 출시했다.

스테인리스 얼음(일명 아이스 큐브)같은 발명품도 돈이 된다. 잘 녹는 얼음의 특성을 보완해 이용 시간을 늘린 이 제품은 재활치료(찜질)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며 시장성을 높였다.



/박석진기자 psj0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