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레반 최고지도자 오마르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을 결성한 최고 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가 2년 전 숨졌다고 아프간 정보당국이 확인했다.

29일(현지시간) 아프간 대통령실은 "아프간 정부는 신뢰할만한 정보에 근거해 탈레반 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가 2013년 4월 파키스탄에서 사망했음을 확인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아프간 정부는 아프간 평화회담을 위한 토대가 예전보다 더 마련됐다고 생각하며 모든 무장 반군 단체가 이번 기회를 잡아 평화 절차에 합류할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정부는 지난 7일 파키스탄에서 탈레반 대표단과 평화 협상을 위한 첫 공식 회담을 한 데 이어 31일께 역시 파키스탄에서 2차 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정보기관인 국가보안국의 하세예프 세디키 대변인도 "오마르가 2013년 4월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의 병원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오마르의 사망은 이날 BBC 방송 등이 아프간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오마르가 2∼3년 전 숨졌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마르의 사망 관련 보도를 접했고 이 보도가 신뢰할 만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은 오마르가 2년 전 숨졌다는 아프간 정보당국의 발표에 대해서는 특별한 반응 대신 미국 정보기관이 보도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오마르의 사망 주장에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오마르가 숨졌다는 보도는 과거에도 나온 적이 있지만, 아프간 정부가 그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마르의 사망이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2011년 5월 미군에 의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데 이어 1990∼2000년대를 뒤흔든 양대 이슬람 무장테러단체지도자가 모두 사망한 것이 된다. 

1994년 10월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결성한 오마르는 1996∼2001년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했을 때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했다. 

1980∼1990년대 옛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참전했다가 오른쪽 눈을 잃은 애꾸눈 지도자로도 유명하다. 

알카에다의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공격을 받아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이후 오마르는 지금까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오마르는 지난 15일에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는 등 몇 년 동안 자신의 명의로 메시지를 발표해 왔다. 그러나 음성이나 영상이 아닌 문서 형태로만 메시지를 발표했기에 실제로 그가 발표한 성명이 맞는지 논란이 있었다.

이번에 그가 2년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2년간 나온 그의 성명은 모두 거짓이 되는 셈이기에 탈레반 내부에 동요가 있을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는 진단했다.

미국은 오마르에 대해 1천만 달러(약 116억 원)의 현상금을 걸어 놓은 상태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