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DMZ국제다큐영화제
지역 특수성 살려 관광지 변신
설매재 고개·열우물길 마을 등
무명의 공간에 꽃핀 감성 한 컷


바야흐로 문화의 시대다. 소위 먹고살기 바쁜 이들에겐 ‘문화는 곧 사치’라는 공식이 적용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시대는 먹고 사는 기본적인 행위가 전부는 아니다.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현대인들은 ‘문화’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다.

수많은 문화 콘텐츠 중 대중과 가장 친숙한 분야는 단연 ‘영화’다. 영화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차원이 아닌 관객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영화는 더 이상 가상 공간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점차 스크린 밖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영화로 인해 도시브랜드가 높아지는가 하면,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는 커다란 매개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같은 대표적 사례가 부천시다. 최근 폐막한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20년의 역사를 거쳐 오며 어느덧 지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를 도시와 한데 결합한 성공적 모델을 통해 부천시는 부산·전주와 함께 국내 영화를 대표하는 도시 반열에 올랐다.

수도권 위성도시에 불과했던 일개 도시의 이미지는 크게 향상됐다. 1997년 1회 때 9만 여명에 달했던 관람객은 40만 명(지난해 기준)으로 4배 이상 늘었고, 예산 규모도 최초 당시보다 3배 커졌다.

고양·파주시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DMZ국제다큐영화제’ 역시 영화를 지역의 특수성과 결합해 국제적 행사를 만든 좋은 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아 세계 각국의 영화팬들이 이곳으로 몰려들며 명실공히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기·인천 지역에는 영화의 배경이 되면서 지역 내 명소로 자리 잡은 곳들도 상당수다.

영화 ‘관상’의 배경이 된 양평 설매재 고개는 가족 나들이 장소로, 영화 ‘건축학개론’ 속 구둔역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용인 죽전의 카페거리는 영화가 현실에 자연스레 녹아내린 대표적 장소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일상 속에서 이곳을 찾고 있으며, 한낱 달동네에 불과했던 인천 열우물길 마을은 영화 촬영 이후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 영화 속 김수현을 추억하는 한류 팬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이제 영화는 미래 산업의 한 축으로서 도시·지역과 함께 ‘공존(公存)’하고 ‘공생(公生)’해야 한다. 도시가 영화를 품고, 제2의 ‘충무로’를 넘어 ‘할리우드(Hollywood)’와 같은 랜드마크를 확립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황성규·유은총기자 homerun@kyeongin.com·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