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달콤 벌교산 고집… 씹는 재미도 쏠쏠
맛조개전골을 맛있게 하는 집이 있다더라는 입소문을 듣고 간 청기와는 일부러 찾아가지 않고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오래된 주택가 골목 안의 황토색 대문이 달린, 영락없는 가정집이다.
대문 위에 파란색 간판이 있긴 한데, 간판을 보고도 여기가 식당이 맞나 싶다. 그야말로 숨어있는 맛집인데, 골목으로 흘러나오는 음식냄새를 맡다보면 어떻게 숨어있었나 싶기도 하다.
맛조개전골은 여름 한 철만 판매하는 계절메뉴다. 연일 폭염 특보가 발효되는 요즘, 얼음 동동 뜬 음식을 먹어도 시원찮겠지만, 맛조개전골 맛을 알게 되면 전골 끓는 소리가 청량하게 들린다.
청기와에서 쓰는 맛조개는 벌교에서 온다. 가까운 서해 갯벌에서도 맛조개가 나지만 운임비를 더 들여가면서도 굳이 멀리서 가져오는 이유는 벌교 산 맛조개가 살이 더 통통하고 달기 때문이다.
맛조개전골은 지난해 부터 팔기 시작한 신상(?)인데, 요즘 청기와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이걸 찾는다. 뜨끈하고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여름 더위를 잊게 해준다. 푸짐하게 든 맛조개를 씹는 재미도 있다. 지금이 아니면 먹을 수 없다며 부지런히 다니는 손님들이 많다.
청기와의 대표메뉴는 재래식 두부와 생태찌개, 병어조림이다. 담백한 두부와 진하게 우려내는 찌개 맛은 28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이순영(44) 사장의 아버지가 친구네 집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일흔 다섯의 어머니가 지금까지도 손님들에게 내는 음식과 반찬을 만든다. 세월따라 손맛이 깊어갔고 단골손님들과의 정도 듬뿍 들었다.
동네사람들이 단골이라 음식값도 저렴하다. 두부부침, 생두부가 5천원이고, 두부찌개 백반이 6천원이다. 생태찌개 백반이 1만원이고, 가장 비싼 메뉴가 병어조림인데, 대(大)자가 4만5천원이다.
이 사장은 “대부분 손님들이 오랜된 단골이라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면 손님들한테 혼난다”며 “단골장사라 홍보나 리모델링을 할 필요도 없으니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 메뉴로는 굴전이 있다. 빈대떡과 맛전도 별미다. 수원시 팔달구 중동 59-2. (031)253-5930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