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나 염치로 바꾸어 말해도 좋을 어떤 것이다. 결국, 돈이 있어도 사람으로 해야 할 도리와 염치가 없는 이들에 대한 질책인 것이다.
액션 감독 류승완이 ‘베를린(2012)’이후 3년 만에 호쾌한 액션·오락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벌써부터 류승완 액션의 완성이라는 찬사가 들려온다. ‘부당거래(2010)’의 무거움은 버리고 스토리는 심플해졌다. 액션은 더욱 세련 돼 졌다.
데뷔 당시 한 인터뷰에서 류승완 감독은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 성룡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폴리스 스토리’를 최고작으로 꼽았다. 그는 15년 만에 자신만의 ‘폴리스 스토리’를 만든 셈이다.
그런데 ‘베테랑’의 호쾌함 뒤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류승완은 성룡이 아니기 때문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를 데뷔작으로 들고 나왔을 때부터, 그는 성룡이 만들어내는 한없는 낙천성을 지닌 평면적 영웅의 세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액션에는 냉소가 도사리고 통쾌함 뒤에는 연민 어린 응시가 있다. 일방적이기만 한 절대 악은 없다. 그것은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소산물이다.
그러나 ‘베테랑’의 인물들은 지나치게 단순화되면서 고민도 내적 갈등도 없이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망나니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는 그냥 나쁜 놈이며, 형사 서도철(황정민)은 그냥 정의롭다. 최상무(유해진)는 응어리와 욕망으로 이글거리지만 끝내 표출되지 못한다. 그들은 모두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자리에 모범적으로 놓여 있다. 그렇게 영웅이 만들어지고 정의구현이라는 환상이 완성된다.
조태오라는 절대 악의 설정은 돈을 매개로 한 부도덕한 관계의 구조적 모순을 건드릴 여지를 남기지 않고 그것을 단지 개인의 문제로 축소해 버린다.
‘베테랑’은 분명 기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오락영화다. 그러나 류승완 표라는 딱지를 붙이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대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