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주한 ‘죽음의 7계곡’ 암릉
서로 밀고 끌어주며 협동심 익혀
쓰레기 찾을수 없던 일본 캠핑장
환경보호·매너 등 ‘배움의 연속’
고 박영석 대장이 히말라야 8천m급 14개 봉우리를 등정하고 난 후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경기도 이천의 중·고등학교 학생으로 꾸려진 ‘2015 일본 북알프스 탐험대’가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고 고 박영석 대장이 말한 겸손을 배우기 위해 지난달 27일 1주일 일정으로 일본 북알프스로 등반을 떠났다.
등산이 아닌 등반이라고 표현한 건 1주일 중 산에 오르는 5일동안 3천m급 봉우리 6개를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12명의 대원이 북알프스에서 만난 이야기를 전한다.
■ 그곳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 배움은 시작됐다.
일본 북알프스를 등반하기 위해 한국에서 1년간 훈련하며 만난 한국의 명산 들머리 캠핑장에는 커다란 텐트와 캠핑 장비들이 넘쳐났지만 가미고지의 캠핑장은 조그만 텐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정도였다. 한가지 더 인상적인 것은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정해 두었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에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나무로 만든 시설들이 많았다.
한국과는 다른 산장문화도 대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한국 국립공원에 위치한 대피소에서는 음식을 해 먹고 아무렇게나 놓아둔 음식 재료와 캠핑 장비들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본의 산장에서는 음식을 판매하고 있어서인지 한국과 같이 식자재와 캠핑용품들을 볼 수 없었다.
자연 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은 둘째날부터 시작됐다.
탐험대는 해발 2천170m에 위치한 다케사와 산장을 떠나 암릉으로 되어 있는 북알프스의 험난한 길을 걸으며 곧바로 해발 2천920m의 기미코타이라 등정에 도전했다.
90도 각도로 설치된 철사다리와 철근 밧줄을 잡고 일본에서 두번째로 높다는 해발 3천190m의 오쿠호다카다케에 올랐다.
둘째날 산행거리는 5㎞ 남짓에 불과했지만 숙소인 호다카산장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장장 8시간이었다.
셋째날은 호다카산장에서 북알프스의 수많은 봉우리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야리가다케(해발 3천180m)까지 8.7㎞를 이동하려고 했지만 일정을 완수하지 못했다.
전날 처음 마주했던 철사다리가 곳곳에 위치해 있었고 암벽을 타고 올라야 하는 구간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대원들은 북알프스의 웅장함을 마주하며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고, 동료 대원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서로 도움을 주며 협동심을 배울 수 있었다.
사실 대원들은 첫날 등반을 시작할 때 한국에서 훈련했던 것을 떠올리며 일본의 산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암릉이 많다고 황상규 등반대장이 주의를 줄 때도 한국의 설악산 공룡능선 정도를 상상했다. 하지만 수직으로 오르는 구간이 많은 북알프스의 등반코스는 모든 대원들에게 힘겹게 다가왔다.
야리가다케산장을 지나 1천m가량 하산한 후 다시 올라서 만난 중부산악국립공원의 주산맥인 히다산맥에는 한국의 고산에서 만날 수 있는 나리꽃과 에델바이스 등이 만년설과 어우러져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등반대장 황상규(산악인)
-인솔교사 김형식, 강윤성(이상 사회복지사)
-대원 김정길(이천 이현고2년), 손인우(이천 제일고 2년·여), 배은찬, 강정윤, 박재우(이상 이천 제일고 1년), 김혜원(여), 민현빈(이상 이천도예고 1년), 김미승(이천 양정여고 1년), 이진우(이천중 2년), 이혜미, 장유나(이상 이천 영정중 2년·여), 고성민(이천중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