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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
대부분 지자체 출연금 의존… 이벤트 사업 치중
기금확장 전문인력 부족 대중회원 확보 어려워
대기업 메세나 활동도 전체 40%이상 차지 불구
클래식·미술·전시 ‘편중’ 기업내 인식개선 절실
자체시설·홍보전략 등 간접지원 비중 커 아쉬움
문화예술에 기부하는 행위는 순수한 열정 이상을 넘어선다. 미국의 한 갤러리는 ‘예술은 그 사회가 본질을 추구하는 힘을 공급한다’고 기부를 독려했다. 문화예술에 기부하는 것은 사회적 예술의 가치가 향상됨은 물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본질적 힘을 가지는 원동력을 형성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전통적으로 문화예술 단체들이 적극적인 모금 캠페인을 벌이며 문화기부를 활성화했고, 1990년대부터 유럽의 문화예술단체들도 기부를 통한 재원 확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실제로 영국은 대영박물관·테이트갤러리·로열오페라 등 문화예술단체들이 스스로 과감하게 거액 모금 캠페인을 펼쳐, 정부 재정지원과 함께 민간 기부라는 안정적 재정 조성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문화기부의 미약한 현실
실제로 경기도내 지자체 문화재단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경기문화재단을 비롯해 수원·고양·성남·안산 등 5곳의 지역문화재단만이 문화기부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수원과 안산의 경우 각각 ‘싹’, ‘예술탈의’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기부를 끌어내려 노력하고 있지만, 대중 회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고양과 성남은 독지가 중심의 후원회로 기부를 독려하고 있지만, 앞의 두 지자체와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 재단 관계자는 “기부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원을 늘리고 기금을 확장할 수 있는 전문성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현재 지자체나 재단 내에서 이를 수행할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화재단이 시민들에게 질 높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지자체로부터 받는 출연금에 의존하지 않고 기부 등을 통한 자체 재원 조성이 시급하다”며 “출연금에 의존하다 보면 선거와 같은 지자체 내부의 변수에 의해 조직이 와해되거나 이벤트성 행사에만 집중하게 돼 본질적인 문화진흥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지난해 경기문화재단 재원 현황을 살펴보면 경기도 출연금을 포함한 총 예산 528억원 중 기부금은 5억7천만원으로, 전체 예산의 1.1%에 불과했다. 그나마 2013년 0.7%에 비해 0.4%p 상승했다는 부분은 희망적이다.
얼마 안 되는 기부금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많았다. 재능이 있는 신진 예술가 지원에 2억5천여만원을 썼고, 4천700여만원을 들여 지역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을 접하기 힘든 소외계층을 위한 예술프로그램에 1억8천여만원을 사용했으며, 크고 작은 문화예술 공연 및 전시에 1억4천여만원의 기부 물품을 지급했다. 6억원도 채 되지 않는 누군가의 열정이 한 예술가에겐 꿈을 향한 희망이 됐고, 시민들에겐 예술을 통한 삶의 향취를 느끼게 했다.
# 기업들의 문화기부 형태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예술가를 지원한 피렌체의 메디치 가는 메세나의 상징이 됐고, 미국의 카네기와 록펠러 재단은 현대 메세나 활동의 대표 모델이다.
우리나라도 굵직한 대기업들이 그룹 내 문화재단을 만들어 자체적인 메세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 조사 결과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총액 중 737억3천600만원이 이들 문화재단에서 지원됐다. 이는 전체 문화예술 지원액의 41.6%를 차지하는 큰 규모다.
리움·호암·플라토 미술관 등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 LG아트센터 운영과 사각지대 청소년을 위한 문화복지사업을 주로 펼치는 LG연암문화재단, 미술관·아트홀 운영은 물론 영재발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등 재벌기업들의 손 큰 메세나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아직 우리 기업 전반에 걸친 메세나 활동은 미진한 수준이다. 메세나협회가 대한상공회의소 기준 매출액 및 자산총계 기준 500대 기업과 기업출연문화재단, 한국메세나협회 회원사 등 771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문화예술지원실적을 조사한 결과, 111개사 만이 지원실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클래식(204억여원), 미술·전시(126억여원) 등에 편중돼 지원했고, 국악·문학·무용·전통예술 등 취약한 예술분야는 지원이 적어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원금액 중 56%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보인 인프라 분야는 문화예술계의 직접적 지원이 아닌, 기업의 자체 시설 운영에 사용했고,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미술·전시분야도 백화점 업계가 해외 유명 아티스트 초청전 및 아티스트 협업 전시 등 고객서비스 전략과 연관된 투자가 늘어난 데서 비롯돼 보다 직접적인 수혈이 필요한 문화예술계 현실로 비춰볼 때 이들 기업의 간접지원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또한 더욱 안타까운 점은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실시하지 않는 기업들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며 사내 임직원들의 메세나 인식이 지나치게 낮다고 응답했다.
재단 관계자는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문화예술 기부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자사 홍보전략으로 이용하거나 생색내기 용 성격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고, 왜 문화예술에 기부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며 “기업들도 이러한데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문화기부활동은 수많은 벽에 부딪치기 일쑤”라고 사회 전반에 걸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지영·황성규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