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형 폭발사고 현장인 중국 톈진(天津)에 비가 내리면서 사고 지역 주변에 산재한 맹독성 물질의 유출, 기화 등에 따른 2차 환경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재경망 보도에 따르면 톈진항 사고현장에 유출된 맹독성 시안화나트륨이 물을 만나 시안화수소로 바뀌면 대기환경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비가 내리면서 사고 지점 반경 3㎞ 밖 도로에서도 백색 거품을 일으키는 빗물 흐름(사진)이 목격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텐진시 도로의 백색 거품의 모습. /연합뉴스
중국 톈진(天津)항 물류창고 지역에 보관돼온 맹독성 물질인 시안화나트륨이 최근의 초대형 폭발사고로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사실상 확인됐다.

사고 현장 주변의 시안화나트륨 농도가 기준치의 최고 수백배를 초과한 것으로 분석됐고, 톈진시내를 흐르는 강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현상까지 발생, 독성 물질 유출에 따른 2차 피해 우려는 더욱 커졌다.

사고를 낸 물류회사가 권력층의 비호를 받아온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어 이번 대참사의 근본 원인은 결국 '인재'가 아니냐는 비난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고 여파로 중국 최대의 무역항 중 하나인 톈진항의 일부 기능이 마비돼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전체적인 손실 규모는 더욱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안화나트륨 700t 중 150t 회수…나머지는 사라졌다"

2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허수산(何樹山) 톈진시 부시장은 전날 톈진항 핵심구역에서 시안화나트륨 150t을 회수해 공장으로 안전하게 운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머지는 폭발 과정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 부시장은 사고가 발생한 물류창고 안에 시안화나트륨이 약 700t 정도 보관돼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런 설명은 결국 시안화나트륨 550t이 폭발과 함께 외부로 유출됐음을 뜻하는 것이어서 사고지점 주변의 공기, 토양,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고 주변 곳곳의 토양과 수질이 시안화물로 심각하게 오염된 사실도 확인됐다.

중국 환경보호부 긴급센터 톈웨이융(田爲勇) 주임은 20일 오후 열린 톈진 폭발사고 기자회견에서 "경계지역 내 26개 검측지점 중 8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시안화물이 검출됐다"며 "기준치의 최대 356배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또 "경계지역 내 수질은 시안화물 등으로 엄중하게 오염된 상태"라며 "오염물질이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주변 배출구를 모두 봉쇄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톈진 시내를 흐르는 하이허(海河) 부근에 대량의 물고기 사체가 떠올라 시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하이허는 폭발현장에서 6㎞ 떨어져있다.

환경당국은 물고기 떼죽음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지역내 잔존 위험물질 규모 여전히 오리무중

중국 당국자들은 사고 창고에 산화물, 인화물질, 극독 물질 등 40여 종에 이르는 화학물질 2천500t 가량이 보관돼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는 질산암모늄, 질산칼륨 등의 산화물 1천300t, 금속나트륨·금속마그네슘 등 인화물질 500t, 시안화나트륨 등의 극독 물질 700t 등이다.

일부 당국자는 창고에 보관돼 있던 화학물질이 3천t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폭발지점에서 반경 3㎞ 이내에 대한 화학물질 수색작업을 전개해 100㎏의 화학물질을 발견, 유출 방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도 폭발사고가 발생한 이후 과연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이 여전히 현장에 남아있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 당국자들은 또 전체적인 위험물질 제거 작업이 언제쯤 끝날지에 대해 "이제 제1단계 조사가 시작됐다"며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당국은 일단 더 이상의 추가폭발 등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전날을 기해 사고 핵심지역에 화생방 병력과 전문가, 화물 소유주 등으로 편성된 구조조사팀을 투입해 위험물질 식별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폭발로 훼손된 컨테이너, 차량, 건축물을 정리하기 위해 80대의 중장비와 무경, 전문기술인력 등도 사고 핵심구 주변에 투입했다.

◇정치권력-기업자본 유착에 의한 비극 가능성

중국당국과 언론은 사망하거나 실종된 소방관만 100명이 넘는 이번 대참사의 근본 원인과 관련해 점점 권력-자본의 유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국은 이미 사고업체인 루이하이(瑞海) 물류회사의 책임자들을 대거 체포해 인허가 과정 및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조사하고 있다.

현지 공안은 루이하이의 실제 관리자 위쉐웨이(于學偉), 회장 리량(李亮), 부회장 차오하이쥔(曹海軍), 재정총괄 쑹치(宋齊), 총경리 즈펑(只峰), 부총경리 샹칭썬(尙慶森)·류전궈(劉振國), 전직 톈진항 항구 공안국 국장의 아들 둥서쉬안(董社軒) 등 10명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중국당국은 이와 함께 양둥량(楊棟梁) 전 안전총국장에 대해 비리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으며 그의 아들인 양후이(楊暉) 중하이석유가스전기(中海石油氣電)집단 사상정치부 총경리도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톈진시의 고위층은 물론, 현직 최고지도부에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황싱궈(黃興國) 톈진시장은 전날 처음으로 기자회견에 나와 사고수습과 구조상황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마땅한 책임을 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황 시장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신임을 받아 차기 중앙정치국 위원에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 인물이다.

이번 사건은 양둥량 전 총국장이 톈진시 부시장을 할 때 당서기를 했던 인물이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란 점에서 그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 주석은 이날 열린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다시 한번 사고 책임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엄벌하라고 지시했다.

◇톈진항 시설 일부 마비…피해규모 더욱 불어날듯

이번 사고로 톈진항이 마비되면서 각종 원자재 가격도 영향을 받고 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플래츠 철광석 지수(platts iron ore index) 등을 인용, 지난 18일 철광석 가격이 1MT(메트릭톤)당 56달러 75센트를 기록해 1주 전보다 1.34% 상승했다며 이는 톈진항 사고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철광석 외에도 설탕, 면화의 선물시세가 지난 17일 각각 1.51%, 0.08% 상승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톈진항은 중국 동북지역 최대의 무역항으로 매년 5억4천만t의 철광석, 원유, 차량 등의 화물을 처리한다.

산업정보제공업체인 마이스틸(Mysteel.com) 소속 분석가인 장톄산은 "철광석 가격은 중국의 위안화 약세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겠지만 폭발사고의 충격은 단기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둥 룽중정보기술 소속 분석가인 쉐췬은 "톈진항으로 가려던 물품들이 다른 항구로 (노선을) 돌리고 있다. 항구(톈진항)가 언제 재개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