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구석진곳까지 따뜻한 밥 전달 “숟가락 들 힘 있는한 계속”
10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토바이를 타고 아이들에게 사랑의 도시락을 배달해 온 칠순 노인이 있어 지역사회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평택시 신장동에 사는 하명수(70)씨. 그는 지난 2005년부터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부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 결식아동을 위해 도시락배달 봉사를 한다. 23일 하씨를 만나 도시락배달 봉사를 하게 된 계기와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하씨의 첫 인상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자한 할아버지였다. 하씨가 처음 도시락배달을 하게 된 것은 지난 2005년으로 “은퇴를 하고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지역 내 선후배 10명과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했지요. 참 즐거웠지요. 나이 먹어서도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다들 즐겁게 봉사활동을 했지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근데 나이를 먹게 되니 다들 힘에 부쳤는지 하나둘 그만두고 이제는 저 혼자 남았네요. 그래도 당시 같이 했던 선후배들이 자의로 그만둔 게 아닌 걸 잘 아니까 지금 저는 그들 몫까지 열심히 하고 있는 겁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락 배달을 할 때 늘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젊은 시절 사진작가로 지역 곳곳을 누비며 왕성한 활동을 한 탓에 모르는 곳이 없어 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아이들에게 얻은 별명도 ‘오토바이를 탄 산타클로스’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기 때문에 겨울에는 빙판길에 넘어져 다리를 다치기 일쑤였다. “제가 배달하는 지역에 언덕이 많아서 겨울에는 자주 미끄러져 넘어지곤 하는데 아픈 것보다 아이들에게 전해야 할 도시락이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 더 속상합니다”고 말하는 그에게 살신성인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가 오토바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또 있다. 하씨가 배달하는 지역은 골목이 많아 차로는 배달이 쉽지않아 아이들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밥이란 것은 제때에 따뜻하게 먹는 것이 최고 아닙니까. 제가 맡은 소임은 자원봉사자분들이 정성으로 만든 도시락을 식기 전에 아이들 손에 쥐어 주는 것”이라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하 씨에게 그동안의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들려달라고 했지만 “식기 전에 아이들에게 밥 갖다 줘야 한다”며 한사코 손사래를 친 뒤 오토바이에 도시락 한 아름을 쌓아 결식아동 곁으로 달려갔다.
출발하기 직전 하씨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귀가를 맴돌았다.
“기자 양반 숟가락 들 힘이 없을 때까진 계속할 거니까 나중에 또 보자고.”
평택/김종호·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