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상봉보다 우편 등 교류 원해
이번 접촉 계기 남북관계 개선 기대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피란 온 실향민들은 한반도 긴장이 남북 간 충돌 직전까지 고조된 상황을 누구보다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24일 오전 10시 인천시 남동구 이북5도 인천시 사무소에서 만난 유현종(55) 사무소장은 “실향민 1세대 어르신들이 현재의 남북 간 대치상황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80대 중반을 넘긴 실향민 1세대들은 최근 들어 북한의 군사적 도발 등으로 인한 남북한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한다.

유현종 소장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때만 해도 실향민 1세대 분들은 ‘이참에 북한으로 밀고 올라가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남북 고위급 인사가 만난 만큼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겼으면 하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이어 유 소장은 “생전에 고향 땅 한 번 밟는 게 소원인 분들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촉구한 것도 실향민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유 소장은 “추석때 실향민들의 가장 큰 행사인 망향제를 지내는데,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라며 “소수의 이산가족 상봉보다는 북한에 사는 가족·친지들과 정기적인 우편 교환을 더 원하는 실향민도 많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실향민 2세대다. 황해도 연백 출신인 그의 아버지는 한국전쟁때 인천으로 피란 내려와 공무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그는 실향민들이 세대를 거듭할 수록 뿌리를 찾는 것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지는 게 안타깝다고 한다.

유 소장은 “특히 젊은 층인 실향민 3·4세대들은 자신의 뿌리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며 “부친이나 조부가 세상을 뜨더라도, 남북에 남아있는 후손끼리는 연락이 오갈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남북정부가 합의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북5도 인천시 사무소는 행정자치부 산하 이북5도위원회의 지역사무소다. 이북5도위원회는 남한으로 내려온 황해도,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등 이북 출신 주민들에 대한 각종 지원업무 등을 맡고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