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훈·양정연 부부 바자회로 시작… 더 의미있는 나눔위해 ‘레고’ 전시회 열어 수익금 전달
기업 지원규모 조금씩 늘지만 장기적 후원 대신 단발성 많아 “지속적인 도움으로 방향 바꿔야”


# “문화를 육성하는 건 아이를 키우는 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만이 해법이죠.”

‘모아이(Moai)’는 2명의 대표가 운영하는 남성의류 전문업체다. 공동 대표자 한명훈·양정연씨는 부부 사이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업체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부’에 관한 남다른 철학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한 대표는 “기부의 근본적인 목표는 자기만족이자 기쁨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업의 마케팅·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부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기부는 아니라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들은 회사 운영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8년째 회사 차원의 기부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순수한 의도가 변질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앞서 부부는 인터뷰를 수차례 고사했다.

하지만 본인들과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어나고, 그렇게 자발적으로 기부에 동참하는 기업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 업체가 기부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분야는 바로 ‘문화기부’다. 양 대표는 “사람들간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콘텐츠는 문화라 생각한다”며 “비록 가시적인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고 아직 생소한 개념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엄청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또 “일반 사람들이 차별 없이 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씩이나마 문화기부에 동참하게 됐다”며 “단순히 단발성으로 ‘돈을 기부했다’로 끝날 게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문화 저변을 확대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문화활동을 통해 문화활동에 후원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부부는 회사를 대표해 “문화기부를 하고 싶은데 도움을 달라”며 직접 경기문화재단을 찾았다. 결국 지난해 9월 재단에서 주최한 ‘마토예술제’ 기부바자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 업체는 기부활동을 시작했다.

의류업체의 특성을 살려 회사 옷을 대량으로 내놓고 판매를 했고, 수익금을 문화예술기부금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단순히 물건을 팔아 수익금을 기부하는 것을 넘어 ‘문화기부’인 만큼 좀 더 의미 있는 기회를 찾고 싶었던 부부는 다른 방법을 찾았고, ‘레고’를 활용한 전시를 열기로 했다.

한 대표는 “레고는 단순한 장난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른과 아이들을 연결할 수 있는 강력한 소통의 매개체라는 점에 주목해 레고 전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레고 수집품과 이를 통한 사진작품을 활용, 올해 롯데백화점과 수원AK몰 등지를 돌며 잇따라 전시회를 개최해 왔다. 이를 통해 발생되는 수익금은 문화기부에 사용하고 있다.

양 대표는 “단순히 있는 돈을 기부하는 것과, 전시의 취지를 충분히 공감하고 이를 토대로 기부를 하는 건 천지 차이라고 생각한다”며 “얼마를 기부하느냐보다 얼마나 관심을 보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참여 증가세. 하지만…

한국메세나협회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2012년(1천602억원) 대비 9.4% 증가한 1천753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653개 기업에서 1천832건의 사업에 지원했다. 2011년과 2012년에 잇따라 감소 추세를 보인 것과 달리 2013년에는 소폭이지만 증가세로 접어들었다.

이는 예술단체와 파트너십을 이룬 기업의 문화예술 행사가 늘어난 데다, 기업의 자체 문화예술 인프라를 활용한 운영비 투입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메세나협회 관계자는 “문화예술 분야에 기업의 지원이 점차 많아진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해외 선진국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경기문화재단의 경우에도 기업의 기부 참여는 매년 소폭 상승하고 있다. 문화이음 사업이 도입된 2012년에는 11개 기업(1억500만원)만 참여했지만 2013년과 지난해 각각 35개 기업(3억1천600만원), 32개 기업(3억3천300만원)이 문화기부에 동참했다.

재단 관계자는 “기업은 보통 정기적 기부보다는 단발성·일회성 기부를 선호하는 편인데, 가령 1천만원을 한 번에 내는 것과 100만원씩 10번을 나눠서 내는 건 큰 차이가 있다”며 “문화기부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이 가장 중요한 만큼, 기업 차원의 정기적인 후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