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에 감동한 임감독 ‘영화’로
처음엔 낯설고 서먹했지만 친해져
“장애 넘은 성장·가족애 봐주시길”
“피아노는 제게 있어 유일한 장난감이예요. 그리고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남자친구 ‘민우’이기도 해요….”
올해 여중생이 된 피아니스트 유예은 양은 안구 없이 세상에 태어난 선천적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처음 듣는 선율이라 해도 소리를 들으면 이를 피아노에 그대로 옮길 수 있다는 것.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피아노 연주법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미 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그녀의 놀라운 재능은 여러 방송을 통해 대중에 알려졌다.
KBS 인간극장 ‘지선아 사랑해’편과 다큐 ‘법정 스님의 의자’를 연출했던 임성구 감독은 예은 양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며 그녀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고, 이를 영화로 만들었다.
그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접한 뒤 영화제작에 나서게 된 임 감독은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예은이가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을 꼭 영화로 담고 싶었다”고 제작 취지를 전했다.
영화 제작을 위해 2년여의 시간에 걸쳐 밀착 촬영이 이어졌다. 예은 양은 “처음엔 낯설고 무섭기도 했지만, 이젠 감독 삼촌(임 감독)이랑 가까운 친구가 됐다. 카톡도 주고받는 사이다”며 활짝 웃었다.

임 감독은 앞이 보이지 않는 예은 양이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받는 느낌을 어떤 방법으로 스크린에 옮길 지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했다.
그는 “예은이가 느끼는 부분을 스크린에 표현하기 위해 가령 CG를 활용해 숲 속에서 동물을 등장시킨다든지, 아니면 예은이가 요정으로 변신해 날아다니는 모습을 삽입한다든지 하는 수십 가지의 고민을 해봤다”며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고 판단, 가감 없이 카메라에 담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 ‘기적의 피아노’는 단순히 장애를 가진 소녀 피아니스트의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만을 보여주진 않는다. 한 소녀의 성장 속에서 ‘가족’의 의미와 구성원 간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임 감독은 “사람들이 ‘장애’라는 측면에만 매몰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그녀의 성장 모습과 이를 돕는 가족들의 믿음, 또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해 관객들이 사랑과 믿음을 각자의 가정으로 고스란히 가져가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피아노’는 다음 달 3일 개봉된다.
/유은총기자 yooec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