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후년이면 내나이 90살.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데 빨리 만나고 싶네요.”

수원에 거주하는 김금옥(88) 할머니는 취재진을 만나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거동조차 불편한 김 할머니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때 대상자에 선정만 된다면 “(만남 장소에)가면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여동생(84)을 꼭 만나고 싶다”며 울먹였다.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보지 못한 채 매년 3천 명 이상의 이산가족이 세상을 등지고 있다. 1945년 전쟁둥이로 태어난 이산가족도 벌써 환갑을 넘긴 노인이 된 지 오래, 이제 이산가족에게 남은 시간은 없다.

경기·인천 지역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2만4천622명의 이산가족이 생존해 있다. 지난 2006년 경인지역 이산가족은 3만5천239명에 달했지만 두고 온 가족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많은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하지만 매해 상봉하는 인원은 많아야 200명 안팎으로 살아생전 가족을 볼 수 없는 이산가족들은 ‘영상편지’를 통해 남겨진 가족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27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이산가족의 생전 모습을 담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측에 전달하기 위해 이산가족 영상편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https://reunion.unikorea.go.kr)에서 영상편지 제작을 신청하면 영상편지 제작팀이 이산가족을 방문해 녹화를 시작한다.

이산가족은 분량 제한 없이 본인이 원하는 만큼, 남겨진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길 수 있다.

이렇게 녹화돼 가족에게 전하지 못한 영상편지만 지금까지 8천30편에 이른다.

/조영상기자 donald@kyeongin.com

■ 이산가족영상편지 문의 및 신청 :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영상편지제작팀 (02)547-2505